희망의 레시피 지하철 시집 1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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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기다릴 일이 많이 생기는데 전철 스크린도어나 기둥에 있는 지하철 시들을 읽게 되면 시선도 잡아맬 수 있고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 많았다. 그리고 또 하나 드는 생각. 도대체 이 시들은 다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시인들은 누구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점에는 지하철 시인들의 시를 모아 둔 시집이 출간되어서 자리에 놓여 있었다. 이름하여 희망의 레시피. 참 잘 지은 제목 같다. 예쁜 책 속에 자리 잡은 시들을 읽어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름 모를 시인에서부터 중국 당나라의 시인 소동파와 두목의 시, 그리고 고려시대의 시인인 정지상의 시, 유명한 시인들의 시까지 스크린 도어에는 많은 시들이 써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시 보다는 신진작가의 시들을 모아놓는 것으로 출판 방향이 정해지고 이 시집을 펴낸 이의 글이 심금을 울리는데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다 알려주고 있어서이다. 주로 이름을 잘 몰랐던 신진 작가들의 시를 500편 중에서도 또 간추려 내는 과정에서 희망의 레시피가 나오게 된 것이었다. 총 5회의 시 낭독회를 거쳐서 뽑아낸 시들이라는 것이다. 시를 고르는 작업 후에는 이 시집에 실어도 될지 수록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연락이 안 되거나 이미 돌아가신 분도 계셨다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 책을 펴 낸 분이 네이버 사이트에 시 카페인 "세상의 모든 시"에서도 이 지하철 시를 올리고 있다고 하니 한 번 구경해 봐야 겠다. 지하철에서 자살을 하는 등 안타까운 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하철의 시들은 희망을 주고 따스함을 주는 시들이 적합하다고 한다. 그런 중에서도 간추린 시집이니 내용이 참 좋았다. 특정 종교색이 짙거나 너무 우울한 시들은 실리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 가족들이 흥얼거리기 좋은 시. 읖조리기도 편하고 이해하기에도 편하고 예쁜 시들이 이 책을 펴 든 순간 내 눈 앞에 가득하다. 3호선 홍제역에는 <장바구니>라는 시가 적혀 있다. 하늘 흐려도 바구니 들면/ 나는야 정을 담고/ 우리집 식구 기쁨 사려/ 장에 간다네 // 남따라 덩달아 덤으로 묻어온 욕심/ 꽃집 앞에서 화평을 기웃거리네/비닐하우스 같은 오늘의 가슴에/ 딸기는 매양 빨갛게 웃어주네.- 김정원님의 시이다.

 

5호선 상일동에는 이런 시도 있다. <폭포> 떨어져 내려도 희망이다./ 절망의 힘도 이렇게 크면 희망이 된다/ 비명도 없이 곤두박질 치다보면/ 딛고 섰던 땅까지 움푹 파지지만/ 그보다 더 세찬 무엇이/ 생명을 받들고 위로 솟구치고야 만다/ 수직의 절망이 수평의 희망으로 튕겨 흐르는 숨막힘 - 고옥주님의 시이다.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이 시를 읽으니 왠지 기운이 샘솟는다. 시는 정말 희망의 레시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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