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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인사이트 밀'은 아직 안 읽어보았지만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작가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만큼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일단 요네자와 호노부는 1978년생으로 한국나이로는 음, 저와 다섯살 차이이니 서른 넷이로군요. 아직 젊은나이에 이토록 어느 경지에 이르러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소설에는 리들 스토리riddle story라는 장르를 새롭게 보여줍니다. 물론 이 작품이 리들스토리라는 것은 아니고 서사적인 흐름 속에서 등장하는 과거의 책이 리들 스토리입니다. 리들 스토리란 이 책에서 소개한 바로는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고 결말을 쓰지 않은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 같은 작품이 그렇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리들 스토리의 결말들이 단 한 줄씩 존재합니다.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과도 같은 짧은 리들 스토리 다섯 작품을 찾아나서는 카나코가 아버지의 책상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결말들입니다. 그런데 요 결말들이 퍼즐처럼 하나하나 맞추어집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작품은 스고 고서점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스고 서점의 주인인 스고 코이치로의 조카 요시미츠는 어려워진 집안 형편에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큰아버지인 스고네서 신세를 지기로 합니다. 낮에는 스고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또 다른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이런 요시미츠에게 어느 날 갑자기 <호천>이라는 오래된 동인지를 찾는 여자가 등장하고 바로 이 여자가 키타자토 카나코입니다. 아버지는 그저 평범한 필부였는데 돌아가시고 난 뒤 작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아버지가 남겼다는 다섯 작품을 찾고 싶다고 하는데 바로 그 첫 작품을 <호천>에서 찾게 됩니다. 카노 코쿠뱌쿠라는 필명으로 <기적의 소녀> 라는 작품을 쓴 것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작품이 아주 묘합니다. 나머지까지 다섯 작품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저자(요네자와 호노부)의 대단한 필력을 느끼게 됩니다.
고서점에서 일하는 요시미츠에게 이십년이 넘은 1975년쯤의 작품들을 한 작품당 십만엔이라는 거금을 주고 작품을 사기로 하고 금전이 필요한 요시미츠도 마치 탐정처럼 의뢰를 수락하고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게 되는 것입니다. 어렵게 어렵게 작품을 찾아볼수록 카나코의 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고 주변 지인들을 알게 됩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주 뜻밖의, 물론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암튼 이 작품의 제목이 그래서 <추상오단장> 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장이란 짧은 글을 말하니까요. 다섯개의 단장을 말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고서점 자체의 어떤 일련의 업무? 일들을 엿볼 수 있어서 재미있고 과거를 따라 추리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젊디 젊은 주인공들의 젊음이 부러워 마치 청춘소설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아직 두 작품밖에 읽지 못했지만 모든 작품을 다 읽고 싶게 만드는 작가중의 한 명이 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