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벅머리 그러그, 그는 누구일까요? 너무나 귀엽고 독특한 유아책의 캐릭터 그러그를 만났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민독서운동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책 50선'에 선정된 그러그는 호주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그림책이라고 하네요. 그런 그러그 시리즈가 한국에서 세용출판사에서 24권이나 나오게 되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번에 아이와 함께 읽은 이야기는 '그러그가 학교에 가요' 였습니다. 올해 한국나이로 일곱살이라 내년에 학교를 가게 될 둘째는 마냥 어린 막내같기만 해서 이만저만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리 그러그의 학교 생활을 함께 읽어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처럼 그림체는 정말 정감이 넘칩니다. 수채화 느낌의 학교가 먼저 보입니다. 그러그의 집 근처에 있는 학교랍니다. 어느 날 아침 그러그는 일찍 학교에 가봅니다. 금발과 갈색이 마구 섞인 뒷모습은 마치 짚풀을 세워 둔 모양처럼 더벅머리라서 너무나 웃깁니다. 커다란 코주부 코에 눈 역시 커다랗습니다. 살그머니 복도를 보는 그러그의 모습에 둘이서 마주 보고 웃었습니다. 발굼치를 살금살금 들고 그가 간 곳은 어디일까요? 교실이었습니다. 커다란 선생님용 의자는 그러그에게 너무 높았고 작은 의자들은 맞았습니다. 작은 의자들은 이름이 쓰여진 책상 사이에 놓여있었구요. 그러그가 의자에 앉아서 발가락을 보는 모습 또한 너무 귀여웠습니다. 톡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때문에 더 그랬지요. 필통 속에 무엇이 들었나 보기도 하고 도장을 손등에 찍어보기도 하고 칠판에 무언가 낙서를 하기도 하고 학급 문고에 있는 책들을 꺼내어 읽기도 하는 모습이 마치 마임을 하는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처럼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킥킥거리며 읽어주자 둘째 녀석도 같이 낄낄대면서 듣습니다. 갑자기 아침 시작종이 울리자 그러그는 학교를 빠져나옵니다. 어? 왜 종이 치는데 오히려 학교에서 나오는 걸까요. 우리 일곱살짜리 아이처럼 내년에 학교를 가는 것이었나 봅니다. 그런 상황일 거라고 생각해서 둘째 녀석에게 설명을 해주니 자신은 학교운동장을 같이 쓰는 병설유치원이라서 이미 학교가 익숙하다고 합니다. 더벅머리 그러그가 걷는 모습은 또한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귀여운지요. 다리는 너무 짧고요. 마치 우리 아이들 같습니다. 이래서 그러그 시리즈가 인기가 있나 봅니다. 나머지 시리즈도 찾아서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일곱살 짜리 아이가 너무 좋아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