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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 중국인의 삶은 왜 여전히 고달픈가
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무엇보다 이웃나라인 중국에 대한 책이라서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지만 읽는 동안 우리나라의 문제점도 같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교수인 랑셴핑 교수의 책인데 어려운 말들이 난무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 호탕한 책이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수집도 놀라웠습니다. 환경, 도시, 의료, 경제, 쓰레기, 원전문제 등 거의 모든 문제들을 위한 데이터가 있더군요. 그 많은 정보들과 그것들을 분석해서 전달력있게 글을 쓰고 자신의 논조를 강조하는 글이 정말 시원하게 다가왔습니다.
중국의 북경을 여행해서 조금이나마 겉에서라도 중국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북경의 가장 번화하다는 곳에서도 노숙자와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각종 관광지에서도 현대 중국인의 모습도 보였지만 잘 씻지 않는 허름한 옷차림의 서민들을 아주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현대적인 건물들을 짓고 비싼 차도 굴러다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예전 80년대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왜 중국은 유엔에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등과 함께 주요국가로 꼽히고 가장 발전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중국인들의 삶은 별반 나아지는 것이 없을까요. 바로 이런 점을 이 책에서는 샅샅이 파헤칩니다.
이 책은 그런 '중국 경제에 관한 솔직한 고백서'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살기 어려운가? 중국인의 소득은 왜 낮은가? 열심히 일하고도 서민들이 매일 먹는 돼지고기등을 뺀 기호품이나 사치품의 가격은 너무나 비쌉니다. 심지어 신선한 해산물과 야채도 비쌉니다. 영화는 비싸서 영화관람 데이트는 엄두도 못 냅니다. 최신 휴대폰도 너무 비싸서 짝퉁이 유통됩니다. 차도 주택도 너무나 비쌉니다. 도대체 일부 부자들을 제외하고 서민들은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읽는 저도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정부의 무능함과 잘못된 정책들을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이미 자본주의가 엄습하고 있는 중국에서 젊은이들은 짝짓기 프로그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저 돈 많은 남자가 최고라고 합니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인물이 좋아도 돈없는 가난한 사람이라면 퇴짜를 맞습니다. 힘든 생활 속에서 이미 자본주의를 경험한 젊은이들은 어서 빨리 돈을 벌어서 성공한 편한 삶을 살고 싶어하겠지요. 그런데 사정은 왜 그리 나아지지 않는지...
폐식용유, 멜라닌 분유 파동처럼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자기 배만 불리려는 악덕업주들을 정부가 나서서 근절해야 할텐데 해당 담당공무원만 해직하고 만다고 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정부가 더 비싼 가격으로 사들여 유통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썼다고 하면서요. 중국인으로서 자국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았겠지만 경제학자로서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 다 까발렸을지...중국도 앞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서 세계시장에서 안전한 판로로 정정당당하게 겨룬다면 세계경제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한가지, 서구 열방에 자꾸 당하기만 하는 중국의 입장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제일가는 탄소배출국이 된 것도, 아직 실험단계의 원전유치도 모두 서구에서 꺼리는 것들을 중국에서 떠맡아서 하게 된다는 일방적인 불리한 계약들을 보는 것 같아서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중국에 대해서 잘 알아야 우리의 경제도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으니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나 젊은이들이 세계를 보는 눈을 키우기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