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던 이윤기 선생님 존함앞에 고자가 붙게 되었다. 정말 안타깝다. 이윤기님의 번역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번역은 또 얼마나 훌륭했던가.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그 기본을 따 온 책은 아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 열전> 보통 플루타크 영웅전이라고 불리우는 바로 그 책을 일반 대중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연재하신 글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흥미진진하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보다는 훨씬 어렵게 읽혔다. 하지만 그 의미는 더 남달랐다. 우리는 늘 자기계발서를 뒤진다. 하지만 위인전보다 더 좋은 자기계발서는 없단다. 꿈꾸는 다락방의 이지성씨는 그렇게 생각하며 나 역시 공감을 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윤기님이 머리말에서 쓰신 것처럼 '그노티 세아우톤' (바로 그 유명한 '너 자신을 알라')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올바르게 바라보아야 하는데 그 잣대와 거울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위인들의 이야기가 아닐지.. 이 책을 통해서 무수한 상징적인 표현들과 경구와 수사학들을 만날 것이라고 쓰셨는데 그래서인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이한 영웅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분명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 1권에서는 미궁의 정복자 테세우스, 세계의 지도자 알렉산드로스 대왕, 스파르타의 아버지 뤼쿠르고스, 현자 솔론, 공명한 의인 아리스테이데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테세우스 신화의 도입부는 마치 우리의 주몽이 아들을 찾는 유리왕 설화와 비슷하다. 신탁을 받는 영웅들의 삶은 어딘지 기구하다. 신탁은 oracle 이라고 하는데 이윤기님은 오라클의 어원까지 보여주며 베니스의 상인까지 인용해 가며 지식이 종횡을 한다. IT업체중에 유명한 '오라클'이라는 회사도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왜 오라클이라고 지었는지 알 것만 같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실로 미궁에서 살아 돌아온 영웅이며 말년에는 후처인 파이드라가 맏아들을 꾀는 바람에 망신을 당하는 그런 신화속의 중요인물이다. 영화 '파이드라'는 우리나라에서 '죽어도 좋아'라는 근지러운 제목으로 개봉되었는데 나도 주말의 명화에서 본 적이 있는 영화라 이런 지식의 단어들이 속출할 때마다 현란한 어지러움을 느낀다. 여러 역경을 거쳐 마침내 인간들에게 인정을 받은 테세우스는 마치 헤라클레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글읽기는 알렉산드로스에서도 이 책이 끝날때까지도 계속된다. 바로 이 점이 이윤기님의 책을 읽는 맛이다. 어원을 살피고 신화속 인물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것이 우리가 사는 현재와 어떻게 연관되는지까지 읽고 나면 후련하기까지 하다. 이 책들에서 소개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위인전과 같다고 보기 보다는 지식의 향연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랄까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저작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서양의 근본적인 지식에 대헤서 알고 있거나 더 알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지적 포만감을 줄 멋진 시리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