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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배영익 지음 / 스크린셀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대해서는 우선 할 말이 있습니다. 대체 왜 표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내용을 읽어보면 정말 재미있고 가독성도 훌륭하고 영화가 머리속에 그려지듯이 훌륭한 스크린셀러인데 말입니다. 마치 일인 출판사가 자비로 낸 것처럼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 그러는 건 아니지만) 13000원이라는 정가라면 요즘 추세에 걸맞게 좀 멋진 옷을 걸치고 나왔더라면 더 알려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도를 넘어 화가 나려고 합니다. 선입견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말이지요. 정말 내용도 표지처럼 구린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내용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름대로 이 책의 모티브가 되는 북태평양 베링해 근처 유빙에 관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했다고는 생각이 들지만 제목 글씨체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참 아쉬운 표지입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에는 작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아서 이런 식으로 모든 내용이 진행되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두가 의도와 동기가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일견 작게 넘어가는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이 나중에 다시 중요 인물로 등장하곤 하니까요. 그렇다 해도 수많은 등장인물과 그 이름들에 처음에는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그저 시간 가는 대로 읽히는 대로 읽다보면 다 청산유수로 이해가 가게 됩니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배영익. 앞으로 어떤 영화들의 시나리오를 또 쓸 지 기억해 두겠습니다. 이 작품 하나에 들인 공이 얼만큼일지 짐작이 갈만큼 전염병이라는 의학적 영역과 역학조사나 격리체계등 많은 것이 취재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문적이어서 제대로 몰입이 됩니다. 그리고 처음 소설이 시작하는 부분의 원양어선의 조업현장이라든지 선장이나 선원들의 생활, 원양어선의 생김새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그래서 기억해 두려고 합니다. 대충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않고 제대로 그려내어서 한국영화의 완성도에 큰 기여를 할 분인 것 같아서입니다. 물론 소설로 그냥 읽어도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이만큼 속도와 깊이가 있게 읽히는 장르 소설은 한국소설중에서는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역시 표지가...표지가 참 아쉽네요.
이 소설에서 쫓고 쫓기는 자의 긴박함도 잘 표현되었고 전염병이라는 소재를 이처럼 공포스럽게 담아낸 것도 지금도 으스스할 정도입니다. 이런 일이 앞으로도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생각할 때 불편한 진리를 하나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491페이지나 되는 소설을 단숨에 읽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작품을 하나 건졌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