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로나 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수도가 더블린이고 오랜 세월 군끼리 서로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 밖에는.. 그래서 시내에서도 테러가 일어난 적이 많았다는 뉴스는 접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제임스 조이스의 나라인 아일랜드에서 평범한 한 주부가 쓴 책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수호천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약성서를 보면 천사의 이야기가 간간히 나온다. 그래서 나 역시 천사의 존재를 믿고는 있다. 하지만 한 번도 환상으로라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로나 번이라는 이 아일랜드 여성은 현재 나이를 책을 통해 짐작하고 추산해 보니 거의 육십이 가까운 나이인데 아주 어린 세 살 때부터 지금까지 늘 수호천사들을 봐 왔다고 한다. 그러니 거의 오십년이 넘게 천사와 함께 해 온 세월인 것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지진아라고 여겨져 왔는데 그녀가 늘 수호천사에게 마음을 뺏기고 그들을 보며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심한 난독증으로 글을 거의 읽지 못하고 달변가도 아니지만 그녀가 천사를 본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엄청난 마음의 위안을 받고 돌아간다. 그녀가 돈을 벌기로 작정했다면 영매 역할을 자처해서 집안이 궁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쪽으로는 전혀 모른다. 그저 천사들을 볼 뿐이다. 남편이 한 평생 달고 다니는 여러 병들도 가난한 집안 환경에도 천사를 본다는 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 줄도 몰랐다. 그런 그녀의 순수함과 특별한 백치같은 상태가 아마도 천사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녀는 죽은 자도 본다. 그래서 죽은 자들이 어려운 죽음을 맞이했을때 자신의 육체가 발견되어 비로소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그녀를 매일 같이 찾아와 꺼내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말라가고 안색이 창백해진다. 남편인 조는 그런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네 자녀를 힘껏 키우며 다정한 남편의 역할을 다한다. 비록 돈을 벌러 나가거나 건강하지 못해도 그런 남편의 존재는 그녀에게 늘 힘이 된다. 로나를 그토록 사랑하던 아버지와 남편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면서 그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하루하루 아버지와 남편에게 웃는 얼굴로 맞이했던 로나의 그 순간들을 상상도 못하겠다. 이윽고 아버지가 먼저. 그리고 십년쯤 뒤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날때 천사들이 그들 뒤에서 안고 있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장면에서는 나의 죽음도 이렇겠구나 하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진다. 그녀가 생생하게 증언하는 천사의 모습들은 늘 우리 주변에 천사가 있음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의 눈은 너무나 밝고 직선으로 바라보는 눈빛이어서 그녀 외에는 바라볼 수도 없을 것이다. 때때로 아이때에는 우리도 천사를 본다고 한다. 과연 나도 천사를 보았을까. 기억을 못 하는 것이 아닐까. 로나 번의 그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와 천사의 모습을 그려낸 장면들은 장관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아마추어인 그녀의 글에 감동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을지 40개국에 판권이 팔렸을지 알 것 같다. 다 읽고 나면 알 것이다. 그리고 왠지 모를 마음의 평안을 되찾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