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촌마게 푸딩은 표지에 쓰여진 문구 때문에 더욱 기대가 많이 된 책이었다. 2010년 7월 일본 개봉 이틀 만에 관객동원수 34,056명, 흥행수입 4400만엔의 기록을 수립한 영화 <촌마게 푸딩>의 원작이기 때문이다. 표지는 노오란 푸딩에 사무라이 복장을 한 남자의 여러 모습이 귀엽게 그려져 있다. 아주 상큼한 표지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이내 읽어내려간 순간, 곧바로 끌려들어가 한시간 반 동안 눈도 떼지 않고 읽은 결과 완독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집중해서 읽은 책은 정말 간만이다. 그만큼 재미가 있었다. 곧바로 주말에 남편에게 억지로 권했더니 귀찮아 하면서 손에 들더니 왠걸, 남편도 한시간 반 동안 꼼작도 않고 읽더니 다 읽었다. 라며 개운한 표정이었다. 재미있지? 재미있지? 했더니 응 간만에 재미있는 책이었네. 한마디 한다. 이 정도면 엄청난 찬사인 것이다.

 

우선,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촌마게란 에도 막부 시대에 사무라이들이 했던 가운데 반달처럼 다 깎아버리고 뒷머리를 길게 길어 상투처럼 틀어올린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서 흔히 본 그 머리스타일을 말한다. 우리들의 여주인공 '유사 히로코' 는 이혼녀로 여섯살짜리 아들 '도모야' 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이혼녀에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아이를 돌보고 어린이집에 맡기는 일이 큰일이다. 따라서 저녁은 냉동식품을 데워 먹는 일이 허다하다. 게다가 어린이집에 여섯시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칼퇴근을 할 때마다 팀장의 따가운 시선과 말투를 참아내야 한다. 그녀는 IT업계에서 SE(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데 작은 일을 주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아들 도모야를 돌보기 위해서라도 큰 프로젝트는 참여할 수 없었음) 프로그래머 다나카와 일하고 있다. 이 다나카는 아주 게으른 인물로 자기만의 게임에 빠져서 같이 일하는 히로코와 마찰도 가끔 일어나고 히로코에게는 아주 힘들게 만드는 존재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런 일상 속의 어느날, 이날도 히로코는 지각을 하게 생겼는데 아주 바쁘게 도모야를 챙겨 나가면서 길에서 얼핏 촌마게 머리를 틀어올리고 사무라이 복장을 한 남자를 보게 된다. 여러 사람들도 모두 흘깃대지만 히로코는 너무나 바빠서 별 생각없이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도모야를 데리고 퇴근해서 지나가는 주차장에서 웅크린 그 촌마게 사무라이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에도 시대의 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인 줄 알았던 그는 가까이서 보니 정말 에도시대의 사람같다. 복장도 머리도 각진 얼굴도 요즘 얼굴같지 않다. 나이는 마흔 정도 되어 보이고 강인해 보이는 남자. 키도 그다지 크지 않다. 기다란 검을 차고 히로코에게 "부인"이라고 해가며 여기가 어디인지 묻는다. 도쿄의 스가모라고 하니 말도 안된다며 진검을 꺼내어 히로코의 목에 겨누기까지 한다. 일촉즉발. 이내 기지마 야스베라고 이름을 밝힌 남자는 지키산(에도막부 시대 막부의 수장인 쇼군 집안을 호위하는 직속 신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나이도 마흔이 아니라 스물다섯밖에 안 됐다는 사실. 처음엔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총기가 또렷하고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자세 때문에 정말로 시간 여행속으로 빠져 버린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야스베는 달밤에 마을을 지나가다가 어느 우물같은 물을 내려다 보았고 갑자기 섬광과 함께 물에 빠진 후의 기억이 없고 바로 현대의 도쿄로 온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히로코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 야스베. 아 그전의 사건이 있다. 경찰서에 가보라고 보냈는데 삼일만에 거지꼴로 비에 홀딱 젖어서는 히로코의 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정말 신세를 지지않으려 했지만 이 천지에 아는 얼굴이라는 히로코와 도모야밖에 없었으니. 절망적인 사람의 기분이 전해진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로 떨어진 외로운 사람의 고군분투.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야스베로서는 히로코같은 사람을 만나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야스베는 이내 신기한 현대 물건에도 감탄과 놀라워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가고 이윽고 집안청소(정말 광이 날 정도로 반질반질하게 청소를 하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기로 한다. 은혜를 갚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면서. 그러면서 오후에는 자신이 나오게 된 블랙홀을 찾아서 헤맨다. 그러다가 푸딩의 매력에 빠지고 서양과자 만들기에 도전, 엄청난 발전에 히로코의 동네친구인 요시에가 요리대회에 대신 응모를 해주고 그 대회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야스베는 사무라이식의 말투와 남들에게 거리낌없이 호통을 치는 태도를 방송사에서 높이 사 방송을 시작하고 팬들이 생기고 엄청나게 인기를 끌게 되어 인기연예인이 되어버린다.

 

도모야에게 검을 가르쳐주고 남자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 아빠같은 남자 야스베를 하루아침에 못 만나게 된 도모야는 야스베를 보지 못해 병이 나고 어린 것이 매일같이 시름시름 아프게 된다. 결국 야스베를 찾아 나섯 여섯살 꼬마 도모야. 아이를 잃어버린 히로코는 야스베를 찾아 롯본기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야스베와 함께 찾게 된다. 결국 도모야를 위기일발에서 찾게 된 히로코와 야스베. 야스베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정말 엔딩으로 끝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서 빨리 영화도 보고 싶을 뿐이다. 기대없이 읽은 책인데 정말 재미있다. 감동적이고 교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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