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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 프로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의 따뜻한 기술
스가와라 이치고 지음, 김욱 옮김 / 한빛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2월 중순에 친정아버지의 칠순기념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너무나 후지게 나오던 똑딱이 대신에 천만 화소이상 (백만원이 넘는DSLR은 아니지만) 일반 디카중에서는 좋은 기종의 니콘 디카를 새로 장만했는데 가격이 예전에 화소도 안 좋던 카메라 가격만큼밖에 안해서 놀라웠다. 35만원도 안되었으니 말이다. 이윽고 도착한 카메라는 수동기능처럼 여러기능이 있고 선명하게 찍히는 것 같아서 정말 만족스럽다. 물론 남편만이 만졌을 뿐이지만. 그래서 이번 일본여행기회에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었다. 인물 사진뿐 아니라 풍경을 잡아내는 법, 작은 꽃을 발견했을때 찍는 방법등 말이다. '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은 그런 점에서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충사'의 아트디렉터까지 겸했다는 사진작가 스가와라 이치고님의 책이라서 더 반가웠다.
비단 사진을 잘 찍는 기계적인 방법만 나온 책이 아니라 사진을 제대로 찍기 위한 마음의 자세랄까. 그런 부분을 많이 보완해주고 알려주는 책이어서 반했다. 1장은 카메라와 함께 걸어봅시다- 산책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동네의 정경들, 문득 빛의 세기가 적당하고 살랑거리는 바람과 담장을 발견했을때 혹은 아파트 뒤편의 작은 정원을 발견했을때 문득 카메라와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그런 분위기를 알려주는 장이었다. 사람이나 사물을 발견해도 쭈뼛쭈뼛 몰래 찍고 자신이 없게 찍을 때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정면에서 바라보라고 한다. 마주보며 당당하게 찍으라는 것이었다. 정말 찍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을 걸며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고 하는 용기도 필요할 것 같다. 카메라로 자신의 소심한 성격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을 찍은 사진에서는 빛을 갈구하고 시시각각의 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작가의 글과 숨결이 느껴진다. 사진이 장마다 등장해서 도움이 더욱 많이 된다. 2장에서는 당신의 생각은 반드시 찍힙니다. 라는 소제목 아래에 정말로 노하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초보라면 이 책으로 실제로 해보면 바로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앵글을 의식하며 촬영하자, 눈에 들어온 모두를 촬영하자, 가끔은 필름으로 소중한 사진을 남긴다 와 같은 장에서는 정말로 평범한 풍경이 특별해 지는 느낌과 아프리카 케냐에서 한 마리 기린과 나무를 찍은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스가와라 이치고의 사진철학이 담긴 에세이와도 같은 글과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특정한 구도나 찍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보다 더 효과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으로 찍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