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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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다려졌던 소설 '꿈의 도시'를 드디어 다 읽었다. 장장 630페이지의 소설이다. 오쿠다 월드의 비결은 바로 가독성이 아닐까. 이 책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의 번역가인 양윤옥님의 번역이라는 믿음에 힘입어 더욱 쉬임없이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이 책의 작은 소도시 '유메노'는 가상의 도시이다. 실제 일본지도에서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곳이란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유메노가 그려진다. 눈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그곳에 사는 소시민들과 권력을 꿈꾸는 시의원 등 다섯명의 인간군상들의 이야기인데 일본소설답게 결국은 미스테리 스릴러적인 요소도 가미하고 있다. 눈앞에 그려지는 것처럼 그리고 있다는 것은 소설가의 굉장한 자질이다. 달리 오쿠다 월드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것이다. 그만의 위트와 감각과 이번에는 그의 나이에 걸맞는 무게감까지 육중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공중그네처럼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을 예상했다면 예상에서 살짝 빗나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답다는 느낌이 든다.

 

다섯명의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일상을 깨알같이 잘 묘사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생활보호비 수급비를 줄여야 하는 32세의 공무원이자 지금은 이혼한 싱글남 도모노리, 작은 도시에서 벗어나 도쿄에서 세련된 여대생 생활을 꿈꾸는 고등학생 후미에, 도시로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모자가정이나 노인들만 주로 남아있는 도시 '유메노'의 특성대로 노인을 상대로 500엔짜리 배전반을 몇만엔씩에 사기로 파는 이십대 초반의 전직 폭주족 출신의 사기 세일즈맨인 가토 유야, 신흥종교에 빠져있는 마흔 여덟의 마트 식품 매장에서 좀도둑을 적발하는 보안 요원 다에코, 대대로 대지주 집안 출신의 시의원인 준이치는 외도와 권력에 빠져 있다.

 

후미에는 도심의 학원에 다니며 도쿄에 있는 4년제 대학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는 소녀이고 그 학원에 다니는 남학생 중에서는 부자티를 내면서 유일하게 도쿄대를 갈 것이라고 주변에서 희망하는 하루키는 준이치의 아들이고 도모노리가 생활보호 철회를 위해서 방문을 하는 여성의 전남편이 가토 유야이며 가토 유야에게 추파를 던지던 대낮부터 술에 취한 중년의 여성은 준이치의 아내이고 후미에를 납치해서 게임 속 여성으로 여기고 보호해준답시고 사육을 하는 은둔형 외톨이인 노부히코는 가토 유야의 중학교 동창이고...이런 식으로 작은 도시 유메노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누군가와 알고 부딪치는 사이들이다. 이야기는 점점 소용들이 치듯이 흘러가고 하나나 두개의 교통사고로 정점을 이룬다. 폭발적인 엔딩은 과연 책의 띠지에서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가는 클라이맥스라고 할만하다. 다 읽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허어 하는 헛헛한 한숨과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와 내가족과 이웃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참말로 소설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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