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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일기 - 절망의 수용소에서 쓴 웃음과 희망의 일기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윤소영 옮김 / 막내집게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돈 카밀로와 페포네- 내용은 가물가물하더라도 제목만은 기억에 남는 작품. 괴짜 신부 돈 카밀로라는 인물만이 기억에 남아서 언젠가는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돈 카밀로와 페포네의 작가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수용소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비밀일기' 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이다. 조반니노 과레스키는 이탈리아의 유머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그의 작품에는 하나같이 유머가 함께 하고 있다. 이 책 '비밀일기' 조차도 말이다. 수용소 생활의 긴박함에도 그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그려낸 수용소 생활이 더욱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과레스키는 1908년 생으로 20세의 나이에 지방신문의 교정을 보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과 그림을 실었는데 이 책의 표지와 안쪽의 한장의 삽화는 아마 그의 작품일 것이다. 그리고 풍자잡지 <베르톨도>의 편집장으로 활약하던 중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임신한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전장속으로 들어간다.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을 비판하다가 군대에 재소집되었던 것이었다. 1943년 독일과 이탈리아 전선은 연합군과 휴전 협정에 들어갔고 독일은 이탈리아 군인들에게 '독일과 새로운 유럽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선언문에 서명을 하게 했고 그에 반대한 이들을 독일군의 포로수용소에 강제 수용시켰는데 바로 과레스키는 이때 서명을 하지 않아서 수용소에 갇히는 몸이 되고 말았다.
바로 이 '비밀일기'는 이 때 과레스키가 자신을 위로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가며 그림과 글을 적어내려갔는데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후 두꺼운 책으로 만들었다가 불에 집어던지고 다시 당시의 수많은 메모속의 글들을 가지고 동료들에게 허가받은 것만 추리고 추려서 재편집한 책이 바로 이 책이 된 것이다. 자신이 이 전의 책을 불에 던져버렸던 일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라니 그의 대찬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인지 얇아진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응축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몇 달만에 아내에게 받은 소포가 온통 하나로 뭉게져 동료들이 쌀을 추려내고 그날 밤 조촐한 파티 비슷한 것을 하게 되는데 스프는 결국 비누였었고 잼인 줄 알았던 것은 꿀과 살충제가 합져진 것이었다는 둥 읽다보면 웃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독자를 웃게 만든다. 처연한 미소를 짓게 하는 글이다. 인간이란 이런 상황에서도 유머와 품위를 잃지 않을 수도 있구나 이런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글은 어딘가 거룩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짐승처럼 살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민주주의 도시를 건설했다. 수용소에서 지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하루하루의 삶 앞에 당혹해하며 세상을 멀리하고 있다면, 그건 수용소 시절 그들이 이룩했던 민주주의와 지금의 가짜 민주주의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음모의 진원지인 그 가짜 민주주의에서는, 늙고 젊은 해적들이 어울려 키를 잡고 해적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 p15.
러시아 포로, 프랑스 포로, 이탈리아 포로 세 사람이 침대 널빤지를 고치려고 막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 독일인 장교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네 사람 가운데 누구도 서로의 언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기나긴 토론을 펼쳤다. 그리고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군인들 사이에서,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늘 일어난다. 서로를 즉시 이해하는 일 말이다. -88p.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은 군인들, 과레스키도 두고 온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상상속의 세째 아이를 기른다.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글을 쓴다. 철조망 가까이 갔다가 경비대의 총에 맞아 죽은 어떤 버지, 딸을 그리워하다 병으로 죽는 아버지, 그들은 누구의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그런 아픔과 그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는 유머가 함께 어우러진 이 작품이 전후의 다른 유명해진 작품들처럼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정말 심금을 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