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앉아서 뭐든 말할 수 있다. 정치가 어떻고 통상이 어떻고 경제가 어떻고 하지만 일반인인 우리로서는 정확한 사실들도 잘 모르면서 말하기에 논리적인지 어떤지도 알 수가 없다. 가끔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고 또 그 밖에 관심이 가는 것들도 많아서 이런저런 책들도 읽기가 힘들어진다. 이 책은 그런점에서 나의 지적인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책이었다. 퉁상에 대해서는 통상전문가가 쓴 책도 한번쯤 읽어봐야 하듯이 이 책은 주로 동아시아의 협력관계에 대해서 여러 논문과 연구를 한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 연구실장인 저자가 쓴 책이기에 흥미를 가지고 읽을 만 했다. 다행히 책은 논문처럼 딱딱하지도 않아서 그저 이야기책을 읽듯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작년 10월에 북경으로 잠시 관광을 다녀온 적이 있었기에 중국여행은 처음이었고 생각보다 활기차고 멋있는 곳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공산주의체제인 중국의 한 면도 바라볼 수 있었고 겉으로는 무심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그들의 세계도 참 신기했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신호등을 무시하며 걷고 차들 역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래도 서울의 교통사고발생횟수보다 현저히 발생건수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서행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라는데 왜 유독 우리 한국만 그렇게 성미가 급한지 자기 자신만 아는 건지 모르겠다. 암튼 또 하나 중국에서 느낀 것은 화장실이 정말 더럽다는 것이다. 만리장성에서의 공중화장실은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였다. 그래도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현지 관광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그리고 잘 씻지 않는 듯한 얼굴과 차림새가 무척 많았다. 아마도 인구에 비해서 물이 귀해서 그런 습관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말 줄을 잘 안 선다. 새치기는 기본이었다. 그리고 또하나 놀라운 것은 곳곳에서 말소리를 높이며 싸우는 광경도 정말 한국에 비해서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북경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거리에서 한 커플이 있었는데 남자가 갑자기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에게 마구 삿대질을 하면서 큰소리를 치자 여자 아르바이트생도 맞서서 싸우는데 정말 서로 만만치 않게 사나웠다. 어디서든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사람들, 그런데 그 장면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비슷한 연배에 서로가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그것이 폭력이 동반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건강한 사회라는 징표가 될 수 있다. 서로 표출하지 않을때 더 어두운 것이 아닌가 싶다. 암튼 잡설이 길어졌다.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라는 도발적인 책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읽다 보면 왜 그러니? 같이 나무라는 투는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도대체 이런 행동들을 왜 하는가에 대한 분석적인 글들이었다. 과거 전혀 개방하지 않을 때의 중국때부터 1992년 우리 한국과 수교하면서 북한과 한국 둘 다와 잘 지내려는 양다리 같은 외교와 이번 연평도 사건때의 입장표명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은 어찌 보면 동이민족에 대한 스트레스와 콤플렉스가 있다고 한다. 동이라면 중국의 동쪽에 위치한 오랑캐들을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청나라는 바로 동이족이 세운 중국의 나라이다. 동이에는 만주족과 우리 한국까지 포함된다. 그래서인지 작지만 똑똑한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 함부로 대하지도 그렇다고 존중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친한 척 하지만 중국을 비하하는 단어들이 있듯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남한의 주도로 대한민국이 통일되었을 것인데 한국전쟁에서의 막판 개입으로 북한과 남한으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중국만 아니었다면 지금의 북한 위쪽까지 진군했던 미군과 남한의 승리였다는 것은 자명하기는 한다. 그런데 이런 책의 글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인데 저자의 명쾌한 글쓰기는 이것은 이러했다가 너무 확실해서 약간의 거부감도 느끼게는 한다. 하지만 당시 너무 어렸던 나로서는 소련이 어떠했는지 베트콩이라는 월맹과 사이공, 그리고 중국과 미국, 한국의 관계도 소련과 중국 미국의 관계도 잘 모르기 때문에 당시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인접한 국가들은 결코 친해질 수 없다는 사실이 진리라는 것도 역시 나 역시도 눈치채게 되었고 말이다. 국제외교에 있어서도 인간관계처럼 짐짓 큰소리를 치는 부분도 있고 협박과 회유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평도 사건으로 당장이라도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국민들도 많지만 그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며 미국, 한국, 중국, 일본까지 모두 아우르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서해는 자신들의 영해인 것처럼 여기는 중국이지만 미국이 제 7함대를 이끌고 우리 남한과 합동훈련을 했을때 중국은 입도 뻥긋 못했다는 사실이 이런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그만큼 세계정세는 어느 개인이 판단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민감하며 때로는 엉뚱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을 또한 알게 되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을 읽고 나 나름대로 전부를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취할 것은 취하는 현명한 독서가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