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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도대체 뭐가 그리 미안한 걸까. 공예 무형문화재 12인의 장인정신 이야기라는 부제가 적힌 바로 이 책에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조차도 무형문화재로 알려진 장인 한 분 모르니 말이다. 소박하고 해학이 있는 12인의 인생과 작품이야기인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던 사실이다. 한번쯤 우리가 너무도 모르고 있는 소외된 이런 사실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다. 저자가 일을 통해 알게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부장님을 통해서 알게 된 무형문화재의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어서 나 역시 저자처럼 귀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한산모시짜기, 염색장, 침선장, 옹기장, 사기장, 나주반장, 소목장, 염장, 나전장, 백동연죽장, 낙죽장도장, 배첩장 등 몇 가지는 이름을 유추해 알 수 있는 장인의 명칭도 있었지만 대부분 모르는 명칭들이어서 잠시 당황했다. 이렇게나 전통적인 공예를 모를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저자의 글솜씨인지 몰라도 책을 읽다보면 유년시절과 비오는 날 같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거기에 전통의 공예 장인들의 삶이 녹아나있고 그들의 공예 사진이 자그마하게 자리잡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배운 모시며 쪽염색을 하는 과정을 들여다 보는 것이며 모 CF에 출연까지 한 염색장인의 염색물인 쪽빛이 너무도 푸르렀다. 저자를 따라다니며 구경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야기를 얻어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들 장인이 기거하는 곳도 어딘지 한옥과 같은 모습이 많다.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구경을 하는 재미도 컸다. 침선장. 침선이라는 말은 바늘 침에 실 선으로 부녀자들이 규방에서 바느질로 할 수 있는 일과 복식 전반을 아우르는 말이라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89호 침선장 구혜자님의 바늘 뜨는 모습이 참으로 우아하고 아담했다. 옛날 규방의 여인들이 이랬으리라. 선생은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에서 의상 제작에 참여하시기도 했다. 그 영화에서 한복은 정말 눈이 시리게 아름다왔었다. 시어머니에게서 배운 침선을 구전으로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해서 책을 내기도 하고 후학을 위해서 침선을 가르치기도 하니 정말 아름다운 후반생이다.
그밖에 옹기에 대한 철학과 미학을 배울 수 있었고 나주반을 만드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었다. 전통을 알고 싶었고 우리네의 예전 것들을 살펴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