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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출판계에서도 말기암환자나 중증의 환자들의 마지막 삶을 다룬 호스피스와 관련된 서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법. 이상하게도 그런 책에 마음이 자꾸만 간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건너온 이 책은 행복해지는 책이나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을 주는 그런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그 무엇보다 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가슴에 불을 밝혀주는 그런 책이다. 독일의 한 지방의 호스피스 병원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의 일화와 일상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젊은 것처럼 살아있을 것처럼 사랑을 하고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전투적으로 살아간다. 이 책에서는 그런 삶과 죽음은 종이의 이편과 저편처럼 가까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영원히 살 것처럼 달려가고 있다면 책을 읽는 두 시간만 투자해서 살아가면서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이 무엇인지 나의 '현재'의 위치는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두 시간은 정말 가치있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이 요리사는 일류 레스토랑에서 전도 유망한 요리사로 일했으나 호스피스 병원에서 마지막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만찬을 준비해 줄 요리사를 뽑자 기쁜 마음으로 입사한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그의 결정은 단번에 이루어지고 한번도 후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그 주말에 쉬지 말고 요리를 했더라면 죽기 전에 먹게 해주었을 텐데 그런 자괴감마저 가지고 있는 그는 진정한 호스피스 병동의 천사나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어렸을 때 단 한번 먹어본 음식, 해외에서 먹었던 너무나 맛있었던 그 요리, 외가집에서 가서 맛보았던 간식 등 자세히 설명만 해 준다면 요리사는 그 요리를 만들어 낸다. 그들이 비록 한 입만 먹고 혹은 말기암으로 인해 진통으로 인해 그 한 입도 뱉어낼지라도 그들은 이미 눈으로 보는 것으로 오감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정성껏 요리를 해 준 요리사에게 감사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평온해 한다. 이 책에 나오는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이야기와 요리사의 요리이야기는 읽기만 해도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다. 특히 요리는 나도 맛보고 싶어질 정도이다.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만약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때 무엇을 만들어 줄까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어떤 음식을 생각해 낼까. 그리고 그 음식을 생각해내는 것으로 어떤 추억을 끄집어낼지 얼마나 행복해 할지 지금 상상을 해보는 것 만으로도 내 생에 어떤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