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어령님의 책은 언제나 신뢰할 수 있어서 좋다. 나에게도 나중에 읽게 될 딸에게도 늘 배울 점을 주시는 글솜씨와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로 이미 한차례 읽었지만 신작이 나올때마다 손길이 가게 되는 마력이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글쟁이이다. 이번에도 신앙적인 면모와 함께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도록 아름답고 그리운 글이 있는 멋진 산문집이었고 그의 어린 시절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까지  있어서 나의 어린 시절까지 돌아보게 하면서 독서를 하는 내내 너무나도 감정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나에게도 엄마의 외출(처음엔 두려웠던), 아플때 이마를 짚어주시던 손, 도시락 싸주시는 달그락 소리들이 있다. 이어령님은 그런 모든 것들을 글로 써내셨는데 글을 읽자마자 그의 어린시절이 떠오름과 동시에 나의 어린시절도 떠오른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어령님은 거의 동산같은 언덕을 넘어가 한참을 가야 초등학교가 나왔는데 어느 눈이 많이 내리던 날 학교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모두가 다 간 뒤에도 오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 눈을 헤치고 눈사람이 되서 돌아왔는데 차갑게 언 손을 마주잡으며 어머니는 몹시 당황한 모습으로 언 손에 입김을 불어주고 꼭 껴안아주시고 이 어린 것이 고생을 얼마나 했겠느냐며 눈물을 지으시지만 옆에 선 아버지는 허허허 아주 행복한 얼굴로 저놈이 혼자서 이 눈 속을 걸어왔구나 하며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계셨다는 대목에서 확연히 부모님의 자식사랑과 부모의 자식을 보는 관점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나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셨다.
 
열살때의 우수, 열한살때의 우수, 열일곱살때의 우수를 하나하나 짚어내시며 그의 십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스물여섯살의 우수는, 서른세 살의 우수는 이제 편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곧 내 나이가 된다. 그의 단상은 그가 읽어온 여러가지 수많은 언어와 언어속에서 되살아난다. 그것이 창녀가 될때도 있고 정액이 담긴 콘돔이 될 수도 있을때 의외의 거침없는 그의 글에서는 솔직함을 느낀다. 무조건 이어령 교수라고 하면 순수한 언어만 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감이 갔다. 사람냄새가 났다. 그럼에도 그의 글은 아주 세련되었다. 소위 지식이 많은 지식인의 글인 것이다. 그래서 편하게 읽힌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지식인의 향기가 나는 그의 산문은 언제 읽어도 세련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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