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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게일 포먼의 '네가 있어준다면' 은 슬픈 소설이었다. 아무리 꿋꿋하려해도 과거의 밝은 이야기들이 나와도 슬프디 슬픈 소설이었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가니 양쪽 부모님들이 아프실까봐 혹은 조금이라도 아프시면 이만저만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또한 나의 어린 자녀들에게도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순간 걱정이 들때가 있다. 나의 여섯살 꼬맹이, 열한살 예쁜 소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도 살 수 없을 것이다. '네가 있어준다면'은 어느 단란한 가족의 자동차 사고에서부터 시작된다.
첼로를 너무나 좋아하는 소녀 미아는 남자친구도 있지만 락커였던 아빠와 그 아빠의 열렬한 팬이었던 엄마, 그리고 어린 동생 테디까지 너무나 사랑해서 적극적으로 가족과의 여행에 따라나선 예쁜 성품의 소녀이다. 그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와 여행 가는 것도 귀찮아할텐데 말이다. 그런데 비극은 찾아왔다. 상대 자동차에 조수석을 떠받혀 고속도로에서 엄마와 아빠는 즉사를 하고 테디와 미아 역시 차 밖으로 튕겨져 응급실에 이송된다. 그때부터 시작된 미아와 테디의 사투...드라마처럼 극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회복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아는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자신의 엉망진창이 된 몸을 바라보고 자신을 매일 보러 오는 남은 가족들과 엄마아빠의 친구들, 그리고 자신의 친한 친구와 남자 친구의 모습을 지켜본다.
자신의 과거의 행복한 시절들, 엄마 아빠의 과거의 눈부신 한때들, 지금 남은 가족의 기도와 자신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어떻게 첼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첫 연주회에 아빠가 어떻게 떨리는 자신을 위로했는지, 남자친구인 딜런과의 달달한 로맨스까지 실제의 중환자실의 모습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이 모든 아름다운 과거가 계속 지속되는 현실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러한 비극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치 내 주변의 일인 것처럼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었다. 정말 세계적인 첼리스트가 될 수도 있었던 소녀, 그 어떤 사람도 될 수 있었을 남동생 테디, 훌륭한 올해의 교사상을 탈 수도 있었을 락커에서 나비넥타이같은 클래식한 옷차림으로 변신한 아빠, 그리고 내조 잘하는 엄마, 딜런과의 사랑, 킴과의 우정...그 모든 것은 다 현재진행형이어야 했다.
미아가 다시 깨어났다 해도 예전같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이나 다리는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하고 예전처럼 걸을수도 첼로를 켤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네가 있어준다면....남동생 테디도 살았더라면...모르겠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일들을 게일 포먼은 잘 표현해 냈다. 아마존 2009 올해의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2009 올해의 책에 선정된 심도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