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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룸' 을 읽으며 불편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2008년 친딸을 24년간이나 가둬두며 성폭행을 하고 자녀를 다섯인가를 두었던 오스트리아의 천인공노할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해서 궁금했었다. 기사에서 읽은 그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후 미국에서는 십대의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하여 오랜 세월 성노예로 삼았던 사건도 있었다. 이 책은 그 두 사건을 접하고 나처럼 충격에 휩싸였을 저자인 엠마 도노휴의 2010년 작품으로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키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무척 빨리 발간이 된 셈이다.
소설은 사람들이 혀를 차면서도 호기심을 갖는 그런 특성처럼 관음증과도 같은 그런 소설은 다행히 아니었다. 매우 담담히 다섯살된 아들 잭과 힘겹게 살아가는, 19살에 납치되었다가 이제 스물 일곱살이 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범인의 꾀임에 넘어가 차를 타자마자 납치되어 범인 남자(이 책에서는 '올드 닉'이라고 불리운다.)의 집 마당에 있는 헛간을 개조한 공간에서 코르크로 완전 방음이 되어 차단된 그런 남자의 작품인 공간에서 살아가게 된 그 생존의 현장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정신이 미치지 않기 위해서 하루 종일 TV를 보지 않고 다섯살난 아들과 그 좁은 공간에서 체육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책을 읽어주며 숫자를 가르쳐주고 아들을 너무나도 잘 키운 엄마의 눈물겨운 생존의 이야기였다.
정말 화가났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엄연히 살아있는 한 인격을 가진 인간을 납치해서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어 감옥보다 못한 그런 삶을 살게 한 그 남자. 남자라고 불리기에도 아까운 놈.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그곳에서 태어난 다섯살 꼬마 잭과 서로 용기를 주고받으며 살아남는 모자. 나도 여섯살난 아들이 있기 때문에 정말로 가슴이 아파서 견딜수가 없었다. 정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고도 그들의 시련은 끝나지 않는다. 언론과 사람들의 시선들... 오히려 그곳이 그립지 않느냐는 무지하기 이를데 없는 질문들...어쩌면 사람들이 그렇게 잔인할까. 그런 질문들에 너무나 상처를 입은 엄마의 육체를 잃을뻔한 잭은 다시 엄마와 해후하고 드디어 그들은 세상속으로 한발 한발 내딛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 정말 눈물이 났다. 새로운 작가의 발견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