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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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씨의 소설은 재미가 있다. 그리고 너무 가볍지 않아서 좋다. 요즘들어 신인작가들의 소설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여러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실망하거나 기준에 못 미치는 작품들이 꽤 있었다. 미숙하고 유치한 느낌의 책들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재익씨의 책은 어느 정도 탄탄해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자전적인 소설처럼 그가 나온 서울대학교를 주인공도 들어가고 이재익씨 본인은 컬투쇼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피디지만 주인공은 라디오 피디 시험에서 떨어지고 남성 잡지 에디터를 하고 있으며 주인공의 나이도 이재익씨와 같은 서른 여섯살이라는 식이다. 독자인 나보다 두살이 어리기에 어딘지 우리가 아는 문화들은 코드가 맞았다. 그래서 아련한 향수처럼 그의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들이 와닿았다. 바로 나의 재수 시절과 겹치는 시기였다. 고딩이었던 주인공이 즐겨 들었던 헤비 메탈이나 락 음악이 각각의 장의 이름으로 나와서 나 역시 재수 시절 처음으로 알게 된 헤비메탈이나 락의 세계에 눈을 뜬 시기였던지라 너무나도 반가왔달까...부모님의 말씀도 잘 듣지만 속으로는 반항적이던 그 시절...재수시절 남몰래 친구들을 만났고 락카페에서 락 뮤직비디오를 보았던 그 시절..그리고 그 이후에 친구들이 녹음해 준 그 노래들이 이 책에서도 등장해서 그 음악들이 모두 아는 곡이어서 더욱 놀랐다. 내가 전문적으로 들은 것도 아닌데 역시 친구들이 녹음해 준 그 노래들은 대단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데프 레파드의 히스테리아, 오아시스의 곡들, 퀸 노래 중에서도 The show must go on 을 특히 좋아했는데 이 책에서도 이 곡만 언급되었고, 메탈리카의 마스터 오브 퍼펫츠, 스키드 로의 18& Life, 엘에이건즈의 크리스탈 아이즈, 그리고 건즈 앤 로지스의 노벰버 레인, 머틀리 크루, 익스트림, 미스터빅, 존 본조비, 에어로 스미스...아 그 뮤직비디오를 정말 얼마나 많이 봤던가...
 
이 책은 그 시절에 대한 오마주이다. 지근 서른 중반을 넘긴 사람들의 젊은 시절이다. 지금 소녀시대처럼 초롱초롱했던 젊음. 그때 만난 강남 압구정에 살던 아이들의 청춘이야기가 펼쳐지다가 현재에 이르러 한 중견 여자가수의 자살이라는 사건에 촛점이 맺힌다. 그리고 옛날 그 시절에 만났던 아이들이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나고 자살이 아니라는 확신이 드는 주인공은 그 뒤를 파헤치고 다닌다. 마침 잡지 에디터라는 직업상 아는 기자들도 많았고 연예기자들도 많아서 뒤를 캐는 것은 쉽게 풀려간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과거만이 과거는 아닌 것처럼 수많은 알지 못했던 과거들이 들춰진다. 자신이 사랑했던 소녀, 국민가수 연희가 죽었기 때문에 독신인 주인공은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이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전교 일등 공부잘하던 현실적인 박대웅은 락은 죽었다고 한다. 아니다. 그 시절의 나는 서태지 따위는 듣지 않고 김건모나 외국의 락, 헤비메탈, 메탈발라드를 주로 들었다. 만약 지금 1975년생부터 1970년생 사이라면 이 책이 정말 묘한 향수를 일으킬 것이다. 만약 이 시대를 모르는 독자들이라도 아마 한번쯤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소설의 재미를 위하여 중반 이후의 결말쪽으로는 밝힐 수가 없다. 압구정 소년들! 압구정에서 살던 아이들은 이랬구나..강북 촌구석에서 살았던 나는 그래도 부럽지 않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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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0-12-0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러운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