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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올 상반기부터 지금까지도 각종 서점의 순위를 달구는 베스트셀러중에 베스트셀러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1980년부터 30년동안이 넘게 정치철학을 가르치며 그의 강의는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혀 항상 넓직한 강의실이 꽉 차 있을 정도이다. 사진을 보았는데 거의 클래식 연주장을 꽉 채운 것처럼 사람이 많다. 이번 하반기에는 <왜 도덕인가>가 출간되어 역시 서점가를 달구고 있다. 우리는 도덕불감증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얼마전 중학교 여학생이 여섯살난 아이의 발을 걸어 계단에 부딪쳐서 비틀비틀 엄마를 찾아 걸어나가다 실신하는 장면을 보고 같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정말 공분했었다. 중학생이라면 어느 정도 알만한 나이인데 왜 자기와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에게 고통을 주려고 했던 것일까. 정말로 그 결과에 대해서 예상을 못했단 말인가. 그냥 장난이라고 하기엔 섬뜩하다. 그런데 요즘 그런 학생들이 한 반에 3명은 될 것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고 경악했다. 우리때는 날라리라는 것은 있었어도 그들 사이에서나 그랬지 아무 상관없는 순진한 어린이들을 상대로 그런 장난을 치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런 시점에서 읽어내려간 왜 도덕인가는 무척 고차원적인 이야기들이었지만 우리 사회에 던지는 뜨거운 질문이기에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일단 이 사회가 공정해야 한다. 공정한 시민사회를 위해서 도덕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경제적 도덕불감증, 사회적, 정치적 도덕불감증이 이런 사태를 만들어 내는 것일수도 있다. 복권과 도박, 이익에만 눈 먼 구단주들, 기존의 시장이나 마트 바로 옆에 대기업 브랜드를 단 수퍼마켓형 마트들이 기습적으로 들어서는 것도 경제적 도덕과 관련된 것이리라. 그리고 교육과 도덕이 바로 중요한 점을 짚었는데 상업주의가 교육현장을 어떻게 물들이는지, 돈이 없는 학생들은 좋은 학교라기 보다는 할렘가에서 서로 뒤쳐지는 그런 학교를 다니고 그런 학교에는 교육비 보조금이 더 적다는 사실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도 본 적이 있을 정도로 그 학교들의 사정은 열악하다. 백인이 다니는 학교와 흑인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는 그런 식으로 차별이 되고 있었다. 미국의 현상들에 대해 주로 짚어내려간 책이지만 우리나라도 점차 선진국의 행태를 따라가기 때문에 그리고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안락사 혹은 존엄사, 낙태, 배아복제의 현대의 문제들까지 다루고 있는 파트를 읽고 있노라면 과거의 철학과 지금의 현상을 넘나드는 그의 책의 파노라마에 푹 빠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렵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이 아니라면 그 어려운 공리주의며 자유주의, 칸트의 도덕철학이며, 밀의 <자유론>을 받아들기나 했겠는가. 유머러스하게 대충 애둘러가는 강의가 아니라 핵심을 짚어내는 강의이며 수정하고 반박할 것은 반박하는 강의이기 때문에 그리고 수십년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그가 말하는 강의들은 또 하나의 정치철학을 내리고 있어서 마이클 샌델 그 자신이 현대의 철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강의를 기반으로 이 책이 나왔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행운이다. 우리가 직접 이런 저서들을 읽으려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거니와 아마 몇년이 흘러도 힘들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책은 그런 묘미가 있다. 아울러 경제경영분야의 전문번역가 안진환씨의 훌륭한 번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