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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1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을 만났다. 전 2권으로 구성된 책은 한권씩 읽기에 적당한 두께이며 역사소설이지만 널리 알려진 헨리 8세의 이야기와 앤 불린 가문과 울지 추기경과 토마스 크롬웰의 이야기라서인지 잘 읽히는 편이다.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토마스 크롬웰이다. 중간중간 좀 더뎌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참 잘 만들어진 역사소설이다. 맨부커상을 수상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어려서부터 심한 구타와 학대를 받았던 토마스는 열다섯살의 어느 날, 그날도 아버지에게 거의 죽을만큼 맞고 누나네 집까지 기어가서 기절을 한다. 간호를 받고 일으킨 몸으로 누나와 매형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가 멀리 떠나버린다. 아버지 때문에 정확한 자신의 나이도 모르는 토마스의 인생이야기는 시종 담담하고 남의 일 하듯 하지만 너무나 슬프다. 이쁘지는 않지만(토마스의 입으로 그런다.) 자신과 잘 맞았던 부인 리즈를 발한병으로 잃은 날도 그랬다. 어린 딸과 유학을 떠난 사춘기 아들만을 남긴 채...
자신의 일에는 무덤덤하지만 한번 집중력을 발휘하면 무서운, 그런 그이기에 악착같이 책을 벗삼아 성공의 가도를 달리게 된 것이리라. 모두의 말을 잘 들어주고 법률적인 지식과 기타 다양한 지식과 신학으로 무장한 그가 인기가 높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울지 추기경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비운처럼 사라진 울지시대를 뒤로 하고 왕과 토마스의 시대가 열린다. 앤 불린과 그의 언니 메리의 일, 불린 가문의 야망과 왕의 변덕스러움과 왕정의 일들이 하나하나 토마스와 관련되어 촘촘하게 얽혀간다.
다 읽고 날 때쯤이면 입에서 "마스터 크롬웰' 이라는 소리가 붙었다. 왕정 시대 특유의 말투와 고귀함이 내게도 밴 듯.. 어쩌면 아쉬운 그 이별을 뒤로 한 채, 헨리 8세와 그의 부인들과 신하들과 토마스 크롬웰과 토마스 모어('유토피아'를 쓴 그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라는 말도 토마스 모어가 만들어 냈다) 와 루터등 그 시대의 아이콘들이 무섭지 않은 유령처럼 저 멀리서 배웅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책을 덮었다. 책을 덮는 것이 아쉬웠다. 다시 한 번 더 울프 홀을 읽어내리라 다짐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