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가장 자신이 없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수학만 아니었다면 의과도 지망하고 싶었을 텐데...고등학교에서도 이과는 아예 쳐다보지도 못하고 문과로 가게 되었다. 결국 살다보니 나의 꿈은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이라는 느낌이 자주 들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종영된 방송중에 '닥터스'를 제일 즐겨 보았고 미국드라마도 법의학이나 의학드라마에만 눈길이 가고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의사가 되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것도 외과의사가. 꿈은 꿈일 뿐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수학이라는 걸림돌은 지금도 막연히 나를 두렵게 한다. 대체 왜 우리는 수학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삼각함수, 미적분, 인수분해, 로그.. 도대체 실제 생활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살면서 수학을 몰라도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하지 않게 살아왔다. 하지만 아니란다. 수학은 실생활과 관련이 많이 있단다. 개인적으로는 별반 쓰임이 없는 것 같지만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에서는 수학없이는 이루어낼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책을 한 권 읽고 싶었었다. 그러던 차에 <일상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 이라는 책을 발견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또 한가지 사실은 일본에서는 스도쿠니 캔캔퍼즐이니 수학과 관련된 퍼즐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학과 관련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 책의 저자도 일본인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교과서에서 본 공식들이 어디서 무엇을 위해 만든 것인지 알 수 있게 하고 싶었단다. 수학의 유래를 알고 그 힘을 이해한다면 수학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한다. 바로 내가 찾는 책이었던 것이다. 역시 이 책은 나의 그런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여전히 수학은 어렵고 이 책 역시 쉽지 않고 여기에 나오는 식이나 설명들을 이해하기는 버거워도 수학이 일상 생활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확실히 풀려 갔다. 천문학에서 시작된 삼각함수, 16세기 무렵의 상업이 발달한 유럽의 대항해시대에서 항해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삼각함수였으며 우리들이 학창 시절에 어려워 했던 사인과 코사인 계산등에 관해 지겨워 했던 점까지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어서 역시 꼼꼼한 일본인의 책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배경이 된 이야기를 알게 되니 수학이 어렵기는 해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삼각함수와 로그 덕분에 많은 선원들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현대인에게도 수학은 가까이 느껴지는데 인간의 감각은 곱셈이라는 것이다. 밀폐된 방 안의 쓰레기로 인한 냄새, 풀밭에서 울고 있는 벌레 소리로 보는 청각과 대수의 관계등은 정말 이야기를 읽듯이 흥미진진하다. 청소년이 되어 수학을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징징대는 나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근거로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이 책을 들이밀며 우리 같이 생각해 보자 하는 날이 곧 올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