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 - 70-80년대의 추억과 낭만 이야기
김호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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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태어나 80~90년대에 학창시절을 겪은 나에겐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은 비록 내가 어렸을 때지만 정말 지금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 당시의 만화영화나 만화책 그리고 노래들이 지금도 먹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70년대와 80년대 혹은 60년대까지의 추억의 파노라마들이다. 1962년생인 저자의 보물과도 같은 추억보따리일 것이다. 이 책의 표지색깔과 제목의 글씨와 제목 자체부터가 참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욱 애정을 가지고 읽어나갔는지 모르겠다.
 
나보다 열살이 많은 분이라 여기에 나열되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은 살짝 어렵다. 내가 워낙 어렸을때라 어렴풋이 텔레비전에서 보거나 어른들에게 듣거나 했던 내용들이 있지만 그래도 직접 와닿는 부분들이 있어서 마치 요즘 대공원이나 북공원 같은데서 추억의 물건들을 전시한 전시회를 보는 느낌이지만 이십대나 우리 아이들과 같은 지금 세대로서는 전혀 모르는 부분들일 것이라 약간은 서글프다.
 
웃으면 복이와요, 박치기 레슬러 김일, 뽀빠이, 수사반장, 삼중당문고, 서수남과 하청일, 신성일을 알겠느냔 말이다. 선데이서울은 어린 나이에도 엄마가 미용실을 가시면 따라가서 몰래 읽곤 했던 기억도 있다. 우리때만 해도 도시락을 학급의 중앙에 있었던 난로에 올려놓기도 했었고 채변봉투, 쌀외의 콩이나 잡곡을 넣어서 먹는지 검사하는...거 뭐더라...까먹어 버렸다. 혼곡검사였나? 정부의 간섭도 심했던 시절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어렴풋이 많이 느꼈었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도 당시 신문에서 정말 대문짝만하게 실려서 파랗게 질려서 봤던 기억도 있는데 그때가 아마 여덟살이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마루 한가운데에 있는 난로에 연탄을 갈아넣으시던 엄마의 모습도 떠오른다. 어느새 엄마세대로서 30대 후반으로 마흔을 향해 치닫는 나이로서 정말 이 위치가 맞는 것인지 헷갈리고 나는 분명 학생같고 마음만은 아가씨나 결혼 초기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중년의 입장으로 되어가는지 놀라울 뿐이다. 암튼 이 시기를 공유하는 사람들만의 그 무엇이 있다. 이 책만 해도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작가 역시 잊혀져가는 우리의 그 무엇을 부여잡고 되살려보기도 하고 그냥 흘려보내기도 한다. 인물과 사건 하나하나 전혀 모르는 것은 없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하고 넘어갔던 일도 많았다. 이 책을 통해서 아하 정말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맞아 이랬었지...이소룡의 영화에 열광하고 이종환의 디스크쇼를 들었던 기억, 빠이롯트 만년필...정말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다 기억해 냈나 신기하기만 하다. 덕분에 정말 추억에 푹 잠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30~50대와(아마 30대 초반만 하더라도 잘 모를지도 모른다.) 이 시대를 궁금해 하는 우리의 후배들을 위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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