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요시모토 바나나, 할 때에도 읽어보고는 싶었지만 미처 읽어보지 못했었다. 그녀의 대표작인 키친, 도마뱀, 암리타 등등 제목만으로도 그녀의 작품임을 알건만...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쓰다듬듯이 제목만 보는 것도 즐기는 족속인지라(나 같은 사람들이 많더라..) 제목들은 낯설지 않다. 그래서 마치 읽어본 작가인 양 친근하다. 그런 그녀의 작품을 드디어 읽어 보았다.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줄도 몰랐던 '그녀에 대하여' 가 바로 내가 읽은 첫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인 셈이다.
 
 
'그녀에 대하여' 는 내가 좋아하는 번역가인 김난주씨의 번역이어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흡입력 있고 아름다운 문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까지 갖춘 소설이었다. 이 책도 스포일러를 걱정해야 할 책이건만 맨 뒤의 김난주씨의 번역을 하고 난 후의 역자의 글을 읽어버렸는데 그만 그곳에 스포가 있었다. 이런 김난주씨.. 그러시면 안되요. 그래서 긴가민가하고 계속 그것을 인지하며 읽어나갔기에 마지막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진실이라는 충격의 영향을 그다지 받지 못했지만 모르고서 읽어나갔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을...안타까웠다. 그러니 다른 분들은 절대 번역자의 글을 먼저 읽지 마시길...
 
 
혼자 살아가는 유미코에겐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사촌 쇼이치의 기억이 남아 있다. 쇼이치는 아마도 유년 시절의 첫사랑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런 쇼이치가 유미코를 찾아 온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조카인 유미코를 잘 돌봐달라는 유언에 찾아온 것이었다. 유미코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인해 몽롱한 삶을 살아왔고 열 살의 그 기억 이후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았다. 이번 기회에 쇼이치와 함께 두 어머니들의 과거를 알아가면서 자신들의 유년 시절의 기억도 찾아가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여기에서 바나나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드러난다. 느닷없이 두 어머니는 토리노에 있는 마녀 학교 출신의 마녀 견습생 출신이며 유미코의 어머니는 실제로 강령회및 사업을 통해서 큰 돈을 모으기도 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은 과거를 알아가는 여행을 떠나면서 쇼이치는 점점 유미코를 사랑하게 되며 농담처럼 결혼하자고 한다. 아마도 진심이었으리라.(일본에서는 사촌까리도 결혼이 가능하다.)
 
 
더 센 여자같았던 유미코의 엄마보다 쇼이치의 엄마인 이모가 더 센 쪽이었다는 사실, 유미코의 어머니는 왜 강령회 도중 아버지를 살해하고 다른 사람들을 공격했는지, 소설은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점점 띄어간다. 결코 두껍지 않은 책이었지만 단숨에 다 읽고 난 후에는 많은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이래서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라고 알아주나보다 하고 처음 느끼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키친'부터 바나나의 작품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한 듯 하면서도 강하게 마음을 끄는 작품이었다. 한 번 읽고 마는 소설이 아닌 한 번 더...를 외치게 되는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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