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나라의 앨리스
심정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타일 나라의 앨리스.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심정희씨는 패션의 패자도 모르는 패션과는 무관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패션계의 한 가운데로 뚝 떨어져 버린 앨리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얼마나 제목을 잘 지었는지...들어가는 말에서도 심정희씨는 자신처럼 패션에 관심도 없고 부모님 역시 추리닝 바지면 다 되는 그런 분들이셨다는데 왜 이런 책을 내었는지.. 알수 없는 용어들이 남발하는 그런 패션잡지같은 책이 아니라 도대체 왜 옷을 잘 입어야 하는지 혹은 자신은 없지만 스타일리쉬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을 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냥 처음 부분이나 읽어봐야지 하고 들었던 책을 두 시간만에 다 읽어버렸으니 말이다. 참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혔던 책이다. 나 역시 정말 옷을 못 입는 무개성의 사람이기에 심정희씨의 책 속의 말들이 다 내 말인 양 다가왔고 그럼에도 나중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멋쟁이가 되어버린 심정희씨가 부러웠다. 일단 옷장을 열고 자신에게 있는 옷들을 다 살펴 본 후 이렇게 저렇게 입어보라는 글에 당장 다음날 시도해 보았다. 이 자켓에 저 원피스를 매치시켜볼까? 한번도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옷을 입고 교회에 가려고 나타나자 딸과 남편의 반응이 놀랍다.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맨날 이렇게 입어봐 하기까지 한다. 단, 교회에서 만난 친정엄마께서는 (우리 엄마는 정말 멋쟁이셨다. 내가 어릴때부터 지금까지도..) 마뜩찮은 눈치시다. 이런 원피스에 이렇게 뭐가 달린 자켓은 아니지 않니?  나는 " 왜~~ 괜찮대. 오늘 교회에서 만난 권사님도 이쁘다고 하셨어." 얼른 눙치고 만다. 그렇다. 그냥 자신감을 가지고 한번 시도해 보라는 이 책에서 용기를 얻고 시도해 본 것이다. 예쁘다는 사람이 더 많았으니 일단은 성공.

 

이 책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대 국문과를 붙었음에도 하숙집에서 게으름 피우고 시간 낭비를 하다가 졸업 즈음 번뜩 정신을 차리고 우연히 후배의 소개로 스타일리스트의 도우미로서 두 달간 일했던 경험으로 패션잡지에 입성한 심정희씨의 지난날의 좌충우돌적인 이야기와 패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에스콰이어, 하퍼스 바자의 인턴 사원에 지원해서 당당히 입사하여 인턴이 끝난 후에 정직원이 되었고 서른 중반인 지금은 디렉터(=잡지계의 팀장)의 자리에 올랐다. 신생 고급여성지 W까지 성공적으로 편집했던 그녀가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패션에 문외한이었던 그녀가 점차 컬러를 알아가고 자신의 체형의 장단점을 알게 되어 스커트 예찬론자가 된 이야기이며 세일이라고 해서 여러가지를 마구 구입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는 것까지 일깨워 주었다. 정말 그렇다. 저렴해서 인터넷 싸이트에서 여러가지 옷을 구입했는데 옷감도 별로이고 자주 입게 되지 않아 옷장에서 구겨지고 있던 옷들, 친구들을 보면 하나를 사도 좋은 옷을 비싸게 사서 오래 입었다. 그녀가 더블린 출장길에서 시간에 쫓기어 기념으로 마구잡이로 구입했던 옷들은 막스 마라의 질좋은 코트 한벌을 살수 있을 돈이었는데 결국 그때 급히 샀던 옷들은 다 못입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까지...정말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언니가 옆에서 해주는 깨알같은 조언들을 듣는 것처럼 재미있는 독서였다. 서른에서 마흔 정도의 여자들이라면 더욱 공감이 갈 내용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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