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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특별한 말 - 가까운 사람들의 성폭력에서 벗어나는 이야기
마리 프랑스 보트 지음, 이정순 옮김,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 것은 정말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비밀에 관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할 수 있을 때 그것은 가장 특별한 말이 됩니다. 직접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폭로해 주어야 할 그 비밀은... 바로 가까운 사람들의 성폭력입니다.
이 책은 청소년 중에서 이런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아이들이 읽기를 혹은 가까이에서 어린이들을 보고 교육하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자벨이라는 프랑스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마리 프랑스 보트가 지은 글에 파스칼 르메트르가 삽화를 그렸습니다. 이자벨의 이야기가 끝나면 실제 10대 소녀들과 교육종사자등 여러명이 토론을 하는데 바로 이 책의 삽화가인 파스칼도 참여하고 있어서 더욱 신뢰를 주는 책입니다.
이자벨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이자벨의 아버지는 일을 열심히 하는 신사로 아내와 딸과 아들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이자벨의 엄마는 야간 간호사로 저녁 시간 이후로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들의 행복이 깨진 것은 바로 이자벨이 열한살이 되고서 어느 날 밤에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이 일은 이후로 지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바로 이자벨의 아버지가 이자벨을 성추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딸을 너무 사랑하면 이럴 수 있다는 말로 이자벨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필리프라는 오빠가 한밤중에 동생이 우는 소리를 듣고 아버지가 그 아이의 방에 있는 것을 목격한 후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합니다. 이후로 그는 마치 그런 일은 없었던 거야 하는 것처럼 모르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열다섯살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아버지에게 성추행과 성폭력을 당했던 이자벨...그 아이는 이제 영혼이 말라 비틀어져 갑니다. 살이 점점 빠지고 옷을 꾸며 입거나 제대로 자신을 가꾸는 것에도 멀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자벨의 엄마는 가끔 아이들의 몸에 멍이 들고 아이들은 다른 데서 다쳤다는 말로 넘어갔기에 아이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춘기여서 그렇겠거니 전혀 모르고 지나갑니다.
이제 필리프도 십대 후반이 되어 아버지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동생의 일을 엄마에게 털어놓자고 이자벨을 설득합니다. 오빠가 알고 있었다니.. 그런데도 오빠는 왜 자신을 그 당시에 도와줄 수 없었던 걸까...오빠도 아버지에게 성폭행은 아니지만 심한 폭행을 당하고 동생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두려워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당당히 동생과 힘을 합쳐서 엄마에게 고백을 합니다. 다행히 엄마는 그 믿을 수 없는 일을 듣고 그동안 이상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며 아이들의 말을 백프로 믿습니다. 그 길로 짐을 꾸려서 이자벨의 이모와 이모부의 집으로 피신을 하며 법정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서 많은 엄마들은 사실을 알게 됨에도 그 사실을 회피하며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는 아빠의 말을 믿거나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엄마들도 사실상 정말로 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이들보다 남편을 선택하는 여자들도 있다고 하니까요.. 다행히 이자벨의 엄마는 아이들을 즉시 보호하기 시작했고 이자벨의 아버지를 다시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이자벨은 엄마와 오빠의 사랑으로 극적으로 영혼이 회복되어 가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영어를 배워 프랑스어와 영어를 할 줄 알게 됩니다. 스물 셋이 된 그녀는 베트남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는 멋진 여성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자벨의 사례를 들고 많은 아이들이 왜 말을 못하는지 근친 성폭행의 실태는 어떠한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큰딸은 자신을 희생하며 입을 다뭅니다. 그러다 여동생도 같은 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때 비로소 동생까지 그 일을 당하게 할 수 없어서 주변에 알리기 시작합니다.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친아빠라도 삼촌이라도 할아버지라도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과 단 둘이 남겨놓는 일은 없도록 미리 미리 엄마들이 손을 써야 할까요? 일부 미친 짐승들 때문에 수많은 남성들이 이상한 변태로 보여져야 할까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남성은 우리 여성과 많이 다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내 배로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동물적인 건지...암튼 정말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남자들의 모습이 완전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촌오빠들과 삼촌만 있는 집에 남겨놓고 온다든지 하는 일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성의식과 성교육을 시켜야 겠지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부장적인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일들과 수치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미리 조심하고 아이들의 잘못은 절대 없다는 것을 사회적으로도 인식할 수 있어야 겠습니다. 이 책 '가장 특별한 말'은 청소년 뿐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와 아빠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