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은 많이 들어 본 적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 <유령여단> 은 그 후속편이라고 합니다. 은하영웅전설을 읽은 뒤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전쟁 이야기에 푹 빠진 적도 있었는데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도 몇 권 읽다 너무 길어서 못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재미도 있고 너무나 신선한데 여자라서 끝까지 흥미를 유지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 책 <유령여단> 은 그같은 나만의 추억이 되살아나게 하는 책이더군요...확실히 빠르고 재미있게 읽힙니다. 상상력도 기발합니다. 일단 이 책<유령여단>은 '노인의 전쟁'의 후속편이고 같은 우주공간을 다루지만 등장인물도 다 새롭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서 '노인의 전쟁' 을 읽지 않았더라도 전혀 상관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 속에서는 존 스칼지 작가만의 유머가 살아 있습니다. 존 스칼지란 이름을 보자마자 왠지 오래된 공상과학소설인데 내가 모르고 넘어간 책이었나 했는데 1969년생으로 아직 젊은 나이네요. 2002년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서 연재를 하기 시작한 '노인의 전쟁'을 2005년도 출간하여 상업적인 인기를 거머쥐었고 2006년도에 발표한 이 책 <유령여단>으로 휴고상 마지막 후보까지 끝까지 올랐는데 아쉽게도 수상을 하지 못했나 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재미있습니다. 뢴트겐이니 퀴리니 칼 세이건에서 차용한 듯 보이는 제인 세이건 중위의 이름까지...이름만 봐도 그의 유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디캔팅실(성숙하지 않은 와인을 깨우는 디캔팅 기술에서 따온, 이 소설에서는 생체를 보관하고 성숙시키고 깨우는 실) 에서 태어난 제라드는 배신자인 샤를 부탱의 뇌를 받은 인간입니다. 제라드가 태어난지 한시간도 안되어 여러가지 일들을 겪습니다. 그러다 한살이 됩니다. 막 태어난 한살도 안된 갓난아기이지만 어른의 몸에 다른 사람의 뇌와 정보가 들어차 나노봇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이들 나노봇이 뇌에서 잠깐이라도 꺼진다면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밖에는 나오지 않겠지요. 어른의 몸이니 그런 상상은 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 나노봇이 피속을 돌아다니며 또한 제라드의 몸 속에는 특별한 '똑똑한 피' 가 존재하며 자신의 몸을 흐르는 피가 됩니다. 이 똑똑한 피를 맞는 우주의 생명체는 모두 타버릴 정도로 강력한 생명체 무기가 되는 셈이지요. 또 다른 주인공 제인 세이건 중위는 위의 식으로 하면 아직 일곱살밖에 안된 소녀이겠지만 마찬가지로 어른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을 먹이로 사용하는 르레이족이 인간 우주 개척민들을 학살하여 냉장보관하고 있는 장면이나 갑각류처럼 생긴 에네샤족의 싸우는 장면이라든지 매우 생생한 장면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영화라는 장르는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이 어떻게 인간과 엮이게 되었는지 우주연맹을 어떻게 맺고 끊으며 흘러가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진짜 우주전쟁이 그려집니다. 장면전환이 매우 빨라서 정말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는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읽으면서 뭔가가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다만 은하영웅전설처럼, 삼국지처럼 전술적인 면을 부각했다면 더욱 흥미진진했을 것 같습니다. 유령여단과 사뭇 다르다는 '노인의 전쟁'은 75세 정도의 노인들이 젊은이의 몸을 빌려 활약하는 내용이라니 존 스칼지의 작품이니만큼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