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 우리의 창세여신 설문대할망 이야기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제주도의 신화는 주로 설문대 할망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다른 나라는 어여쁜 여신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왜 유독 할망이라고 해서 관심 밖으로 벗어났을까. 제주도의 설문대 할망은 어엿한 여신임을 이 책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를 통해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신화의 원형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어여쁜 여신들 이전에 역시 거대한 여신, 위대한 여신(Great Mother) 이 있었다. 그리스에선 데메테르 이전에 가이가가 바로 거대한 위대한 여신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역시 태초에 큰 여신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태양신 아마테라스가 여신의 이미지이다. 신화학자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름들을 모르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읽은 얕은 지식으로는 인류의 어느 나라에나 이처럼 위대한 여신들이 태초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지는 어머니라는 공식이 있는 것처럼 이러한 위대한 여신은 전 인류에 자리잡고 있는 원형이다.

 

세계의 다양한 신화- 의례는 결국 전 인류와 전 지구를 아우르는 단일 신화로 귀결됩니다. 이것이 바로 조셉 캠벨이 전 세계의 신화를 '하나의 신화(mono-myth)라고 부른 이유입니다. - 본문 7P.-

 

자, 그렇다면 이 책은 원형의 신화에 대한 개론서인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흥미만점의 우리나라 제주의 할망에 대한 신화이야기와 그에 대한 해설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제주올레길 개발은 진짜 토박이 올레길은 아니지만 그 의미가 치유와 마음을 편히 쉬게 하는 내려놓음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있다. 제주도 특성상 자기집의 경계가 없고 올레로 서로의 사생활을 차단하곤 했다고 한다.

 

제주도를 떠난 제주도민들은 항상 고향을 그리워한다. 특히 다른 지방보다 더 그런 것 같았다. 제주도 설문대 할망이 주는 치유와 화합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가 있었다. 너무나 많은 재미있는 신화를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고 하나같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너무나 원초적이지만 외설스럽지 않고 한바탕 마당놀이같은 유쾌함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슬픔도 있다.

 

설문대 시절에...하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게 된다면 이제는 귀를 쫑긋하고 듣게 될 것 같다. 우리의 이렇게 멋지고 자랑스러운 신화가 더욱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리스 로마신화만 알려질 게 아니라 이렇게 멋진 우리의 신화를 아이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책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할망을 처음 만난 것은 유학시절이었다...중략...우연히 뽑아 든 문고판의 책장을 넘기다 이 신화를 만나고 온몸으로 전율했다. 이렇게 힘 있는 우주 창조여신이 이 땅에 살아 있었구나! 눈길이 머문 그 자리에 금 노다지가 묻혀 있었다. 이 찬란한 정신의 보물이 스스로 그 빛을 감추었는지, 아니면 보물을 알아볼 눈이 없었는지, 집단의 의식이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이 신화가 이다지도 오래 묻혀 있었던 이유를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한편으론 식자층이나 지배계층이 정교하게 편집하거나 공식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중략...할망의 이미지를 되살려 다시 집단의 기억으로 불러내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대의 정신 유산을 탐색하여 현재를 풍요롭게 하고 또 미래를 열 전망을 읽어내려 한다. 이것이 신화를 공부하는 자의 임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분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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