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바라바시의 <링크>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버스트도 많은 기대를 했다. 한번 다 읽었고 역시 바라바시답게 방대한 역사적 십자군 이야기와 수학적 물리학적 이야기와 현대의 이야기를 맞물려 이야기하는 솜씨가 멋졌다. 하지만 복잡계와 여러가지 수학적인 개념, 프랑스의 수학자 프와송, 멱함수 법칙등 알 듯 말 듯 학창 시절 수학을 제일 어려워하던 일반인이 읽기에 다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다 읽고 나서 뭔가 흐뭇함이 밀려오는 것은 지적인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산 일라히라는 우리의 등장인물은 실제 인물이다. 책 뒤에 나오는 참고문헌을 쭈욱 나열한 부록편은 이 책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 졌을지 짐작하게 한다. 그만큼 방대하고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예측 가능한 삶과 연관이 되어 있곤 한다. 주사위를 던져서 계속 6이란 숫자가 나올 확률(주사위를 굴려서 6이 나오면 종이에 세로줄을 긋고 1,2,3,4,5 같은 숫자가 나오면 점을 찍는다.) 저자가 400번쯤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배열은 이러하단다. 매 시도의 결과는 전적으로 예측 불가능하지만 배열 전체로는 약간의 일관성이 드러난다. 가령 다섯 번에서 일곱 번마다 한번씩 6이 나온다는 것이다. 두 세로줄의 간격이 무진장 먼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러한 무작위적인 확률게임은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오판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하산 일라히는 미국 국적의 엘리트인데도 그가 예술활동을 위해서 다닌 수많은 나라에서 단지 작품활동만 한 것인데도 미국 FBI 의 눈에 띄어버렸다. 테러리스트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가 작품 활동을 하러 공항을 다닐 때마다 수많은 심문을 하기에 이른다. 하산 일라히처럼 살라면 살 자신이 있는가? 나는 자신이 없어졌다. 매번 나의 활동이 제약을 받고 매 순간 의심을 받는다면 말이다. 자기 자신을 열심히 증명해 내는 수밖에 없음을 알고 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매 시간 이동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산 엘라히는 절망감을 느꼈다. 생사 여탈권을 쥔 심문관이 바로 눈 앞에 있으면 없던 긴장도 하게 되고 더 실수 할 수도 있음을 말이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배심원 제도까지 파고들며 실제 또 몇십년전 다른 사건, 티모시 더럼이 실제 용의자와 가까운 거리에 살고 비슷한 용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어린 여자아이 강간 사건의 용의자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을 예로 들며 흥미진진한 내용을 전개해 나간다. 3220년의 형기 중에서 5년을 복역한 더럼은 새로운 DNA 분석 결과 무죄로 풀려난다. 애초에 그는 사건이 일어난 날 완전히 다른 곳에 자기 어머니와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미국은 열두명의 배심원 제도를 비용이나 시간적인 문제로 여섯명으로 줄이려고 한다니...잘못된 유죄 평결을 내릴 가능성이 25배나 늘어난단다.

 

이제 소셜 네트워크 시대는 복잡계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무작위 네트워크라는 말도 생겨난다. 이러한 무작위적이고 인위적이고 복잡한 세계에서 개인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무작위성은 갑자기 폭발적인 사건으로 일어난다. 그것이 '버스트'다. 주사위의 숫자 6이 연속해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적인 요동 현상으로 나온 것이 버스트인데 함수로도 풀지 못하는 신의 손에 의해 요동치는 것이다. 주식 가격의 연쇄 폭등, 폭락, 글로벌 경제 현상, 갑자기 터지는 누리꾼들의 덧글, 거리로 나오는 촛불 시위등으로까지 나올수 있다.아주 사소한 것이 큰 차이를 일으키는 결정적 순간을 티핑 포인트라고 하는데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새에 버스트 현상을 겪을 수 있다. 헝가리 출신의 바라바시는 십자군과 죄르지 세케이의 일생을 통해서 이 버스트 현상을 조명한다. 현재의 사람들의 예와 교차하면서 말이다. 다 읽고 나서도 죄르지와의 관계를 잘 이해하기 어렵지만 책의 복잡성과 다양성 그리고 독특한 우화를 주기엔 현명한 선택이다. 십자군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책을 덮자 마자 드는 것은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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