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요즘 유행하는 팩션들은 재미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지만 그 어떤 성장소설보다도 재미있고 교훈적이다. 제임스 맥브라이드라는 흑인과 백인사이의 혼혈남자와 그의 백인어머니인 루스의 일생을 그린 사실 그대로를 그린 책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영화처럼 팩션처럼 읽힌다. 책의 말머리를 읽어보면 저자가 십사년이나 졸라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1996년 발간 이후에 '뉴욕 타임즈' 에서 연속 100주 이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고 그 후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되기도 한 책이고 현재까지도 아마존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널리 읽히고 있는 책이란다. 우리나라에 이제야 소개가 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마이크 레너드의 <우리 인생 최고의 쇼> 가 자꾸 생각나는 저자의 재미있고 서로 놀리고 뒹굴고 노는 장난꾸러기 형제들 특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과 성장이야기들이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자 재즈 뮤지션인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1957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브루클린의 빈민가 레드훅 지역과 퀸스의 세인트올번스에서 열두 명의 형제자매들과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세상에...열두 명이다. 그 열두 명을 루스 여사 혼자서 다 낳고 키웠다. 불행하게도 첫번째 목사인 흑인 남편은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서른 여섯의 나이에 이미 일곱명의 엄마였으며 남편이 임종할 당시 이 책이 저자인 제임스를 태중에 품고 있었다. 제임스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나서 자란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또 다른 흑인이 나타나 청혼을 했다. 아이가 그렇게 많은 것을 알고도 청혼한 그 사람은 배관공같은 기술자였다. 그 뒤로도 아이를 넷을 더 낳았고 의붓아버지는 모든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주중에는 브루클린의 좁은 집에서 퀸스의 더 넓은 집으로 이사와 아이들이 지내기에 더 좋아졌지만 아이들의 극성을 견딜 수 없어 주말에만 오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굳어져 주말이 되야 오는 아버지였다. 공구상자를 가지고 와서 아이들의 자전거나 집안의 전기 등을 고치곤 했단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 아버지를 모두 좋아했고 존경했다. 말수도 별로 없고 화내지도 않고 중요한 일에는 모두를 다독일 줄 아는 사내였다.
 
어떻게 얼굴색이 하얀 유대인 백인이 두 번이나 아니 연애기간까지, 세 명의 흑인들과만 사귀었을까.. 백인들은 따지고 책임지우고 뭐든 한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지만 흑인들은 언제나 쿨하고 너그럽고 현재 그 사람 자체만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다. 그녀는 자존감이 없었던 소녀여서 이렇게 자기 자신을 그대로 봐주는 사람들에게 더 끌렸던 것이다. 사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랍비였던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의 성추행인지 성폭행이었는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밤마다 어린 딸에게 지옥으로 떨어질 못된 짓을 한 아버지가 있었다. 게다가 자신은 늘 새차를 타고 가난한 흑인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물건을 파는 상점주인이면서 흑인을 미워하고 조롱하는 이중인격자였다. 게다가 랍비라니... 딸들에겐 새옷을 한번도 사주지 않은 자린고비였다. 이런 아버지를 참지 못하고 샘이라는 친오빠는 열 다섯에 집을 나가버렸다. 루스도 이렇게 집에서는 기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 역시 어린 나이인 열 다섯에 한 흑인 이웃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임신하고 그와는 헤어지고 첫번째 결혼을 하기 위해 집안에서 완전히 남이 되는 제적을 당해버렸다. 그리고는 뉴욕에서 쭈욱 살게 된 것이다. 정말 기구한 이야기이다.
 
아직 초반부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이 가족들의 이야기로 가득차며 영감으로 가득하다.. 제임스의 어린 시절을 통해 바라본 엄마와 가족의 이야기와 제임스 자신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또 엄마의 처녀시절부터 결혼에 두번째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 백인이든 흑인이든 아이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다니던 그녀에게 수근거리고 욕하고 심지어는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한창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이 심한 시대를 그녀는 묵묵히 아이들 때문에 신경쓸 겨를도 없이 살아냈다. 그리고 40년뒤 첫번째 남편이 개척한 교회에서 드디어 인정받고 연설을 하면서 원고지를 버리고 자신의 인생이 걸린 진심어린 이야기를 할 때의 감동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아이들은 다행히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나 박사학위까지 받은 형제도 나왔으며 의사나 교수같은 명망있는 잘나가는 사람들이 되었다. 딸들도 모두 예뻤고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열두명을 그렇게 키운 어머니의 아이들에 대한 헌신과 뚝심이 이 책에 잘 그려져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클 수 밖에 없었다. 각자는 열한 명의 형제자매를 주시고 자립심을 길러준 어머니를 위해서 엇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에는 모두 잘 컸다. 컬러 오브 워터...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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