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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소통의 법칙 67
김창옥 지음 / 나무생각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통 전문가 김창옥씨의 강의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방송에서 하는 것을 틀어만 놓고 설거지를 하느라 못 봤던 것 같다. 그렇지만 왠지 아는 사람인양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소통의 법칙도 그냥이 아니라 유쾌한 소통의 법칙이다. 어떤 대화기법을 알려주는 내용이 많은가 보다 하고 책을 들었는데 그보다는 김창옥씨가 수집한 이야기들과 김창옥씨만의 메세지가 들어있는 그런 내용이었다. 나도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 짧막하게 하지만 굵은 울림으로 적혀 있었다. 글만 보고도 그의 강의가 어떨지 궁금해졌다. 꼭 듣고 싶어졌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지 했는데 그만 소장하고 싶어졌다. 그만큼 마음이 편해진달까...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와 도박과 폭력속에서 자란 그가 어떻게 이런 소통의 전문가가 되었을까. 정말 읽으면 나까지 편안해지는 치유의 시간들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책이나 영화를 보았어도 음...그렇구나...하고 넘어갔던 교훈이나 이야기들을 김창옥씨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접하게 되었는데 너무 새로웠다. 왜 당시에 나는 이런 내용을 이렇게 오랫동안 간직할 생각을 안 한거지? 하고 말이다. 가령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감옥의 죄수가 마지막 사형집행일 전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해보라고 했을때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하다가 사랑하는 아들과의 추억이 담긴 블루베리파이가 먹고 싶다고 했던 장면이나,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로의 <인생 수업> 에서 앞의 차들이 정체가 되면서 자신의 바로 뒤의 차는 계속 그 상황을 알지 못하고 돌진하는 것을 백미러로 본 순간, 마지막으로 인생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면서 편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힘을 뺐는데 이윽고 뒷차는 그대로 와서 이 차를 들이박았고 차가 다 찌그러지는 상황속에서 상처하나 없이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분명 나도 보고 읽은 내용인데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글로 갈무리 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그리고 그 짧아서 더 기억에 남고 집중이 되는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내 자신에게 바로 지금 내게 중요한 것만 남기고 다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억압하는 방법중에 수용소에서 화장실을 없애어 온갖 배설물과 오물들로 뒤섞인 수용소를 만들어 놓으니 독일병사들이 유대인들에게 훨씬 더 양심에 거리낌없이 가혹하게 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에 딱 한번 커피 비슷한 따뜻한 음료가 나오는데 이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그 아까운 커피 반 잔을 자신의 얼굴을 씻는데 사용했던 사람들은 한잔도 아까운데 뭘 그런데에 쓰냐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존엄을 위해서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결과적으로 반 잔을 자신을 씻는데 사용했던 유대인들의 생존율이 두배가 넘었다는 것이다.
부자라고 다 좋은것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왜 그러는지 납득이 잘 안된다. 여전히 명품가방을 몇 개 갖고 싶고 외제차도 한번 가져보고 싶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1억짜리 차가 무슨 소용일까 싶다. 어짜피 극심한 정체길에서는 외제차건 경차건 똑같이 앞길이 막히어 가지 못한다. 그런데에서 비싼차라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사람이 가지고 가는 소망과 바람,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소외감, 자괴감등 불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내려놓는 용기, 목숨걸 필요가 없는 것들은 목숨걸지 마라는 것이 김창옥씨만의 화법으로 천천히 다가와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