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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요즘 올레길이 한창 화제이다. 그 중에서 제주 올레가 가장 유명한데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으니 궁금하기만 했다.
강호동씨의 <1박 2일> 에서 나와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올레길...화면에서만 봐도 너무 근사했다.
그저 제주시에서 원래 있던 길이었는데 이제야 진가를 알아보는가 보다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개인들이 낸 길이라는 것을 얼마전에야 알았다. 게다가 그 주인공은 예전 시사저널의 기자를 거쳐 편집장까지
맡았고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았었던 '서명숙'이라는 나이 오십이 넘은 한 여성이라는 것을...
나이 쉰에 좋다는 직함을 집어던지고 자유를 찾은 여인, 산티아고의 길 순례를 떠났다가 자신의 고향인 제주의 길을
생각해 내곤 '산티아고 길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제주에 만들리라'는 결심을 안고 귀국하여 각고의 노력끝에
많은 자원봉사자와 길 탐색가들의 합심으로 힘을 합쳐 2007년 올레 1코스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야 알았다.
흔히 요즘 유행하는 트레킹은 해외가 진짜 멋있다며 안나 푸르나 트레킹 코스, 산티아고의 길 순례를 다 해본 사람들 중
제주를 좀 내려보던 사람도 제주 올레길을 트레킹 해보고는 감탄에 감탄을 한다고 한다.
한비야씨 역시 우주 제 1경이라며 감탄했다는 제주 올레..
이 책을 읽다보면 가히 '제주 올레 신드롬'이라 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른 시각으로는(다른 제주여행관련책)
올레도 제주의 다른 여러가지 아름다움의 하나이지 그렇게 감탄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어보였다.
게다가 제주의 땅은 화산토라 딱딱한 땅이 아닌 무른 땅이라 그렇게 많이 밟고 다니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설마...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걷는 다고 해도 몇억년을 지내온 섬일텐데 무너지기야 할까.. 그건 좀 억측같아 보인다.
게다가 일반인의 경우 제주도를 일생에 한두번이나 갈까말까 할텐데 매번 같은 관광지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올레길에서
걸어본다는 것으로 얼마나 색다른 풍광을 만날 것이며, 천천히 걸어가는 그 행위에는 일상의 모든 것을 벗어던지는
쾌감과 황홀감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나도 제주 올레길로 당장 달려가 심신의 짐을 내려 놓고 싶었다.
남편에게 우스개 소리를 해본다. 부부싸움이나 뭔 일이 나서 잠시 자리를 비운다면 제주 올레길에 간 줄 알라고...
서명숙씨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이 적힌 글이라 백프로 이 분의 말만 들을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서귀포 지역에 지역발전을 가져온 것 같은 현상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서명숙씨의 오른팔, 왼팔과 같은 사람들은 길을 탐사하고 길을 내고 하나하나 돌을 고르고, 파란 페인트로 화살표를
작고 예쁘게 표시하고 나무에 리본을 묶어 표식을 삼고, 또 올레 패스포트라는 것을 개발해 내기도 하고,
각종 올레길의 디자인이나 패스포트의 디자인을 맡아 준 자원봉사자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레 1코스에서 13 코스까지...매번 새 코스를 개장할 때마다 올레길에 반한 지식인들이나 연예인들이 기꺼이
그 행사에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는 에피소드도 재미있었고 조정래씨, 리영희 선생님 같은 분의 올레길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 것도 서명숙씨만의 인맥 넓음에 감탄을 하면서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서명숙씨의 사람, 사람다루기, 그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에도 푹 빠져본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이 생각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