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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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신춘문예(문학평론) 으로 등단하여 에세이집과 편역서를 낸 이종환님의 또다른 여행에세이라 할 수 있는 '마침내 그리움'을 읽었다. 자전거타고 국토종주길에 오른 중년의 한 남자의 시선은 어떤 것일까. 호기심에 책을 읽어나갔다. 강행군이라 할 힘든 일을 이십일이 넘게 계속 하는 이유는 뭘까. 밤에는 자전거에 매둔 짐이 도난될까 혹은 분신과도 같은 자전거이기에 항상 같은 방에 자전거를 두려는 그의 욕심으로 여인숙에서 쫓겨나고 모텔을 전전하는 신세면서 말이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까지는 동행이 있었다. K라는 인물...그가 다리를 체인에 찔려 다치게 되고 회복이 되지 않은 다리로 계속 페달을 밟아나가자 다리는 계속 부어오르게 되고 결국에는 의사의 권유로 그의 곁을 떠나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제 혼자서 외로운 여행을 계속 하게 된 이종환씨..
 
외로움은 극한의 고통과 마주치게 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그의 의식을 느낄 수 있다. 강행군에 가까운 자전거타기를 마치고 저녁을 때우고 숙소를 정하면 편하게 잠들기 위해서 선술집을 찾는 일과가 계속된다. 점심값은 알뜰히 아끼면서 매일밤 먹는 술과 안주값은 아끼지 않는 것 같아서 역시나 우리네 중년 남자의 모습이네...하고 생각했다. 그놈의 담배와 술은 좀 멀리하고 살 순 없나?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바뀌기 쉬운 모습도 보이지만 '나' 에 대한 스스로의 단상도 늘어가는 여행에세이를 읽어나가면서 읽는 독자인 나 역시 스스로의 지나온 시간과 지금 갖고 있는 여러가지 상념들에 잠겨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라기 보다는 길위의 나에 대한 책이다. 서울에 살다보니 점점 가까운 곳을 걷는 것도 힘겨워지고 산책길을 나서는 일도 어려워진다. 전철과 버스나 택시나 남편이 집에 있을땐 자가용을 이용하게 되니 말이다. 길위의 나란 사실은 나의 존재와 관련이 있다. 이종환씨도 뭔가를 입증하고 싶었나 보다. 내가 살아있고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길을 훔쳐보는 것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순천이든 보령이든 그 마을속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그저 여기까지 나는 왔구나 A라는 점에서 B라는 점을 잇는 선분을 만들며 그 선분들이 점점 길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길의 점을 찍고 나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외로움과 강박감이 묻어난다. 하긴 전국을 다 돌려면 느긋하게 즐기는 여행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나 역시도 집에서 있을 뿐, 내 심리 상태는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가 만나게 되는 대한민국 사람들과 이 나라의 이야기, 그리고 자전거타고 훌훌 던져 버리는 여러가지 것들...내 안의 무거운 것들을 내던지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역시 글을 쓰는 사람답게 읽어나가는 맛이 있어서 끝까지 진중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삶은 길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나 역시도 언젠가는 훌훌 던져버리고 길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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