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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 - 2000년을 이어온 작업의 정석
오비디우스 지음, 김원익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 - 평역을 한 김원익씨가 강추하는 이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은, 과연 현재의 우리가 보기에는 어떨까.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나 플라톤의 향연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던지라 약간의 걱정이 되었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히니 말이다. 늘 역사속에서나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던 책 속에서 2천년전의 로마의 세계를 보는 것은 언제나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오비디우스도 BC 43년에 이탈리아의 펠리그니의 술모(현재의 술모나)의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이윤기님의 번역으로 일찌기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신화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그러니 오비디우스의 이야기는 가장 흥미로운 2천년전의 로마의 이야기가 흡수되어 있는 역사의 산 증인이자 증언인 책인 셈이다.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는 작업의 기술이 나열되어 있다. 군데군데 변신이야기처럼 등장하는 신화속의 신과 여신과 사람의 이야기들은 마치 또 다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듯 하다. 경마장에서의 작업의 기술, 검투장(정말 검투장이 있었구나!)에서, 국가 행사에서, 개선 행렬속에서, 파티에서, 로마 이외의 만남의 장소에서의 작업의 기술까지 아주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마치 현대로 따지면, 결혼이나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는 남자들의 지침서나 처세서가 있는것처럼 꼼꼼하고 실전적이다.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대목에서는 여러가지 신화의 재미있는 사랑의 줄다리기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너무나도 흥미로운 소재들이다. 여자의 최측근을 활용하라 하든지 작업 걸 시점을 잘 선택하라 라든지, 선물과 편지를 자주 보내라라든지 남자들의 외모 관리 방법까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면서 술자리를 이용하라라는 팁까지 일러주고 있다. 때로는 거짓 눈물도 흘리며 무조건 약속하라며, 먼저 여자의 입술을 훔쳐라와 같은 비열한 수작까지 소개해 주고 있어서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이 정도면 정말 작업의 대가이다..하지만 이런 작업의 이야기로 끝난다면 이 책이 그토록 오비디우스의 명작으로 남겠는가. 그 가운데에 오묘한 사랑의 정의가, 기술이 압축되어 있기도 하다. 신들의 이야기로 교훈거리도 가득하고 무엇보다 당시 로마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알 수 있다. 긴 자락의 여성의 옷이 땅에 끌리면 얼른 잡아주면서 드러나는 그녀의 다리를 보는 것 정도는 보너스라는 식이니 당시에 여성들의 다리를 내놓지 않은 긴 스커트 차림이 조신한 모습이었나 보다. 그림에서 보게 되는 당시의 생활상이 사실이라는 것을 고고학적으로도 오비디우스의 저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2천년전의 사람들은 미적으로 아름답기도 했다. 유네스코 고대문명에서 본 벽화에서는 완벽한 꽃미남의 소년과 남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당시에 유물로 발견된 조각상들을 봐도 아름답기그지 없어서 이 책을 읽으면 그대로 상상이 된다.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은 2000년을 이어온 작업의 정석답게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 역사의 소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