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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닉 케이브의 소설이라고 해서 더 화제가 되었던 소설. 이미 발간된 미국등에서 대단한 반응을 얻었던 소설이다. 닉 케이브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영화배우이자 가수 그리고 영화의 각본을 쓰기도 하고 영화음악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만능엔터테이너이면서 기인으로 이름을 날린다니 궁금해서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호주 출신의 유명한 여가수 카일리 미노그등과 함께 부른 노래를 찾을 수 있었고 1996년도의 동명의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풋풋한(?) 그의 야성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09년도의 사진에서는 1957년생이라 이미 오십줄에 들어선 그의 모습이 다소 실망스럽기는 했다. 소설을 다 읽은 다음에 검색을 해 본 터라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문체나 소설에서 느껴지는 그의 힘이 그의 저음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더욱 가까워져갔다. 소설 속의 카일리 미노그나 에이브릴 라빈은 내내 외설적인 농담 속의 소재로 쓰이는데 이는 그가 아끼고 친한 여가수들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귀여움이 느껴진다.
소설은 소개글에 적힌 것처럼 꽤나 외설적이고 거침없다. 아홉살 아들을 데리고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하는데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버니 먼로의 모습에서 화가 나고 뻔뻔함에 고개를 돌리게 될 때도 있었지만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미워할 수 없는 존재, 그가 바로 버니 먼로였다. 닉 케이브의 자전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여자들을 성적으로 좋아하는 바람피우는 난봉꾼이자 떠돌이다. 그런 그를 못 참아 자살을 한건지 어쨌거나 남편의 행동이 우울증을 더욱 키웠을 것이다. 참한 그의 아내는 어느 날 자살을 해버렸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그도 아들을 버릴 순 없었는지 아홉살난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로드무비같은 여행을 시작한다. 푼토라는 구식자동차에서 먹고 자며 밤에는 여인숙에서 잠을 자지만 아들에 대한 애정과 보호본능만큼은 뛰어난 천상 아빠의 모습이 보여질 때 버니 먼로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든다.
그의 아홉살 소년은 백과사전을 장난감처럼 즐겨 읽어 똑똑한 아이이다. 버니 먼로의 아들인 것이 아까울 정도로...버니 먼로는 아들을 홀로 자동차에 남겨둔 채 주택에 화장품을 팔러 갔다가 여자와 눈이 맞아 정사를 나누는 (그것도 자주...) 지경의 망나니 아빠이다. 평상시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그것뿐인 남자...어쩌면 아내의 죽음을 이겨내려고 이런 화법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읽어나갈수록 버니 먼로의 아픔과 슬픔이 느껴진다. 겉으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그 점이 이 소설을 훌륭한 작품으로 여겨지게 하는 것 같다. 마지막에 이르러 비극적인 버니 먼로의 죽음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눈물마저 흘러내렸으니 말이다. 그도 아들에게는 좋은 아빠이고자 했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남자...그 모습이 더욱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버니 먼로의 죽음은 분명 닉 케이브라는 이름이 없었더라도 위대한 소설임에 틀림없었을 것이고 그 점에서 닉 케이브는 천재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