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나이가 서른 후반에서 이제 마흔을 바라보게 되니 아직 이년은 남았지만...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집니다. 왜 어른들이 잘 웃지 않아 표정이 굳어버리곤 하는 얘기에 에이 그러고 말았는데 한 일년 너무 급하게 사느라 웃지도 못하고 살았더니 어느날 거울을 보니 왠 무뚝뚝해 보이는 아줌마가 보이는 겁니다. 아줌마 소리 듣기도 싫어했고 나도 차리고 나가면 아직 괜찮다는 소리 많이 듣는데...TV 뉴스에서 나오는 거리시민들에 비해 동안인데...이렇게 스스로 믿고 싶은 것만 믿었던 것이지요. 정말 얼굴에 책임을 질 나이가 슬슬 스물스물 다가옵니다.

 

그리움의 발견...이 책도 아마 30대 초반이었다면 제목만 읽고 옆으로 쓰윽 밀어놓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목.만으도 다가오는 그런 책입니다. 게다가 글 잘 쓰시기로 유명한 오정희, 곽재구님의 글들이 들어있으니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책인 것이지요. 우리 시대의 작가 4인이 들려주는 따스한 추억과 뜨거운 그리움의 노래 그리고 그리운 것들이 있다면 그대 삶은 축복이다! 라는 겉표지와 띠지의 글만 읽어도 이 글들이 어떤 느낌일지 내가 어떠한 따스함을 느끼게 될지 짐작이 됩니다. 아닌게 아니라 오정희님의 첫 글, 봄이 오는 소리만 읽어봐도 그 느낌이 왔습니다. 길거리의 할머니의 모습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고 닫힌 딸아이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마스네의 '비가' 에 문득 학창시절이 떠오르고... 읽는 독자인 나 역시 장미꽃 아치가 있는 고등학교 교정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까르르 웃는 한 소녀가 떠오릅니다. 대학교 시절 뭇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여학생이 많지 않고 남학생이 다수를 차지했기에 그랬겠지만..)경상대 시절도 떠오릅니다. 한 멋 부렸던 옷차림도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그저 나이 들어가는 아줌마인가 하는 느낌만 남아있지만요...

 

저녁 산책, 우울증에 대하여, 이제사 들려오는 메아리, 그 나무가 있는 풍경, 그림엽서 등의 글을 통해서 아련한 그리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글 잘 쓰는 작가들이 애장(?)하고 있는 시도 다시 한번 감상하게 되고 나보다 윗 선배들이지만 어린 시절 잠깐이라도 겪었던 경험으로 인해 그들의 글들이 맛깔나게 더 정감나게 느껴집니다. 정말 말 그대로 '그리움의 발견' 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바쁜 일상속에서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살려내고 기억하게 하는 그런 아름다운 글들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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