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 윤판사가 보내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윤재윤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윤재윤 현직판사가 전해주는 삶과 법정과 사람의 이야기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는 입소문으로 이미 좋은 책이라고 알고 있었던 책이었다. 여름밤에 가만가만 읽어보니 더위 속에서 지치고 짜증이 나던 나 자신을 추스릴 수 있는 책이었다. 다른 책은 솔직히 한 번 읽으면 다시는 안 읽는 책들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소장하고 있으면서 마음이 어두울때 다시금 꺼내서 읽을 작정이다. 첫장을 넘기고 어느새 몇시간이 훌쩍 지나 마지막장을 덮으면 왠지 아쉽다. 윤판사님이 월간 좋은 생각에 기고나 연재를 하신다니 다음 책도 벌써 기다려진다.

 

현직판사로 거의 1985년부터의 이야기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판결을 내리셨고 인간적인 고뇌를 하셨을지 짐작이 간다. 인간적으로 너무 딱한 사람들은 집행유예로 하고 싶어도 강도상해의 양형 기준에 막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은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면모가 돋보인다. 한편, 법정에서 피고와 원고 그리고 변호사와 검사, 판사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분이라면 조금씩 그 호기심을 채울수 있어서 좋지만 법정드라마도 아니고 법정에 대한 내용은 세세히 많지 않아 그런 이야기만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엔 어떤 사건들 중심으로 자세히 보려고 했다가 그런 책이 아니구나 생각했었지만 이내 정말 읽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1985년에 처음으로 사형수의 죽음을 목격했던 일화도 내 가슴에 오래 남는다. 30대 청년과 40대 아주머니의 두려움에 떠는 죽음과 달리 마지막 사형수는 찬송을 부르며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교도관을 다독이고 천국으로 먼저 가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교도관님들 모두 하느님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하며 마지막 순간에도 저 먼저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라는 당당한 말에 그동안 정들었던 카톨릭 대부였던 그의 교도관은 눈물을 펑펑 흘렸고 그 장면을 목격한 윤판사 역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본 그날의 장면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으리라. 나도 요즘 들어 갑자기 죽음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렵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었다. 그리고 예순이 넘은 어머니와 칠순이 내년인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분들은 얼마나 두려울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더 무서웠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마지막 순간...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우며 한편으로는 쉬운 일인가. 봉사와 나눔의 삶을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편안한 삶을 찾게 된다는 윤판사님의 고백은 우리들의 것과 다르지 않다.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이야기도 많은 점을 생각케 했다. 인자하고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던 그의 친구가 하루는 찾아와 부하인지 후배인지를 성폭행해 고소될 것 같다며 상담을 했을때 정말 사회에서 평가되는 시선과 실제 내면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그도 정말 놀랐다고 한다. 그런 일을 판사로서 정말 많이 봐왔을 것이다.

그런 모든 것들을 거치면서도 참된 독서와 좋은 내면을 가지게 다시금 내 마음의 옷깃을 저미게 하는 그의 글은 정말 좋았다. 남편에게도 읽어보라고 할 생각이다. 다 읽으면 아버지에게도 빌려드리고 말이다. 아마도 좋아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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