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 망태 부리붕태 -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
전성태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유년시절의 기억, 그것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이 책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그 유년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것도 짜릿하게 유쾌하게 때로는 눈물 찔금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정말 소중한 책이 되었다. 1969년생 내 남편보다 한살 많고 나보다 네살 많은 작가 전성태의 이 산문 덕분에 나는 그의 소설도 읽고 싶어진다. 이렇게 구수하게 따뜻한 글을 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된장찌게를 좋아하는 것처럼 어머니의 집밥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에게는 그런 한국인의 향기가 난다.

 

제목인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어디서 온 것일까? 작가의 머리말을 읽다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린다. 그의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은 나의 어머니의 어릴 적 고향이기도 해서 내게는 익숙한 고장의 이름이지만 나 역시 한번도 가본 적은 없다. 엄마가 성장해서 자란 순천은 많이 가봤어도 말이다. 그런 대한민국에서도 저~ 짝에 그야말로 시골중의 시골이라는 고흥이 전성태 작가의 고향이다. 그 고향엔 마을 어르신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정말 따뜻한 사랑을 전해준 어르신이 계셨는데 그분의 일종의 별명 작성법이라고 한다. 성태면 성태망태부리붕태 명철이면 성철망철부리붕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하 이제야 알겠다. 마을의 아이들은 별명을 지독히도 싫어할 테지만 이 할아버지의 별명은 서로 듣고 싶어했다니 그런 따뜻한 마을의 어르신은 그 당시의 나의 어렸을 적 생활도 어렴풋이 기억나게 한다.

 

지금은 이런 어르신들을 거의 찾아볼수도 없고 그렇게 아이들을 내놓고 키우지도 않거니와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할아버지는 의심부터 사게 될 것이니 말이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작가는 남자아이였지만 여덞살에 학교를 들어가지 못하고 일년을 꿇었다고 한다. 그것도 엄마에 의해서 어린 동생을 돌보라는 엄명이었다. 지금처럼 하나나 둘씩 낳아서 자식을 애지중지 하는 엄마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여섯남매중 그것도 아들만 다섯을 낳은 전성태의 어머니는 그러실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장부스타일이었다니...아홉살난 아이가 동생을 엉덩이께에 걸쳐서 데리고 다니는 일은 서글프기 보다는 웃기기까지 하다. 그만큼 작가는 재미나게 통크게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멋진 글솜씨가 있다. 그의 글에서는 구수한 사투리도 걸죽한 욕과 농담도 아주 즐겁다.

 

작가의 글에선 70년~80년대만의 정서가 깔려있다. 그렇지만 시골생활을 못 해본 나에게 그의 어린 시절은 6.25때와 같은 어리둥절함도 남긴다. 그가 묘사하는 어린 시절은 정말 덕이나 마당깊은 집? 같은 드라마를 생각나게 한다. 맞다. 그가 그런 드라마를 집필한다면 필시 정말 재미있고 감동이 넘칠텐데...이런 엉뚱한 생각도 한두번 해본 것이 아니다. 아마 지금 이십대인 더 젊고 어린 사람들이 읽는다면 이거 무슨 조선시대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도 정말 유쾌하게 우리 아저씨,아줌마,누님,형님들에게는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기회다. 정말이다. 이 책은 정말 소장가치 충분한 책이다. 가슴이 답답할 때 자주 들여다 볼 책으로 이미 내 머리속으론 꼽아 놓았다.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소개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 그저 분위기만 전했다. 자세한 얘기는 내 글로 표현도 안 될 뿐더러 재미만 반감시킬 것 같아서다. 직접 서점에서라도 이 책을 집어든다면 놓지 못할 것이다. 로보트 태권 V, 은하철도 999를 어린 시절에 본 세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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