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책을 받아보니 만만치 않은 두께였다. 2009년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위에 선정되었던 책이다. 2009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이기도 하고...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한해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가? 미국의 경우는 더할 것이다. 소설만 하더라도 추리소설, 미스테리, 스릴러, 휴먼, 드라마 등등 너무나도 많다. 그런 책들 중에서 정말 좋다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마존 최고의 책 1위라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길래 그럴까 싶었다. 소설의 시작은 익히 알려진 대로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세워진지 얼마 안 된 1974년에 한 남자가 쌍둥이 빌딩 사이에 줄을 걸어 장대를 들고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건너갔던 사건의 묘사로 시작된다. 그 남자에 대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그 사건을 사이에 두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다니기도 하고 교차하기도 하면서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성직자인 코리건(형이나 친한 사람들은 그를 코리라고 부른다.)은 뉴욕의 뒷골목에서 약에 찌든 창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을 돕고 신앙을 주려는 코리건과 그를 찾아온 형의 이야기가 형의 관점에서 기술되어 있다. 형에게는 신께 서약한 순결을 다시금 강조하며 그가 사랑하게 된 여인 아델리타와 아직 순결을 유지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이미 사랑을 나눈 사이였던 것처럼 기술하는 관점과 실제의 거리감을 보여주고 있다. 창녀들 중에 틸리와 그의 딸인 재즐린을 돕다 재즐린이 마약으로 걸리게 되고 그녀의 엄마인 틸리가 희생하여 대신 형을 살기로 하여 재즐린은 석방이 된다. 석방이 된 재즐린을 바래다주다 그만 코리건과 재즐린은 도로에서 접촉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재즐린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코리건은 병원으로 실려가지만 결국 그도 죽는다. 그를 보러 가는 형과 아델리타의, 동생과 사랑하는 사람의 사고에 대해 놀라고 당황하고 믿어지지 않는 묘사가 분열처럼 그려진다.
 
틸리의 관점에서, 코리건과 재즐린을 사고에 이르게 한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 친 부부의 이야기에서, 틸리와 재즐린의 마약사건과 쌍둥이 빌딩의 장대높이 남자에 대한 사건을 판결하게 된 판사의 이야기에서, 모든 관점에서 모든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뺑소니 부부는 부자들로 클레어라는 부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있다. 죠수아라는 아들을 베트남전에서 잃고 아들 셋을 모두 잃은 여인으로 나온다. 1970년대의 미국의 모습, 어퍼 이스트사이드의  부유층과 브롱크스의 뒷골목, 라이커스 교도소에서의 틸리의 이야기 등등 모든 것은 뉴욕에서 벌어지는 그리고 그 곳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인간군상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언제나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담담하게 그려지는데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슬퍼보인다. 이들이 맺게 되는 유기적 관계들은 지구라는 거대한 곳에서 벌어지는 돌고 도는 인간사의 이야기와 다름이 아니다. 이 두꺼운 책을 덮고 나면 한숨이 일어난다. 내가 방금 뭐를 읽었지? 하는 느낌...이런 구조와 이야기들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작가들만 쓰는 줄 알았다. 미국인의 미국이야기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심금을 울린다.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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