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가 큰 아이들
윤병훈 지음 / 다밋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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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13년간 재직하신 분이자 사제인 윤병훈신부님의 발소리가 큰 아이들은 1995년에 성직자로서 소외계층의 학생들을 위해 자진해서 사목을 하기로 결심한 이후 1998년에 그 열매를 맺은 그 양업고등학교 1회 졸업생부터의 생생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첫해의 그 엄청난 충격과 고충을 내내 잘 털어놓고 있다. 처음 양업고등학교를 짓기로 내정한 곳에서는 쓰레기도 인간쓰레기들이 들어온다며 지나친 님비정신으로 결사반대하여 그곳엔 들어가지 못하였고 지금의 양업고등학교 자리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의 자리보다 훨씬 아름답고 적합한 곳이었다니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을까...
 
양업고등학교 첫해에 받은 학생들은 그야말로 학교에서도 쫓겨나고 부모로부터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자석의 극처럼 밀려나 버리는 그런 아이들이었다. 40명의 아이들 중 끝까지 남은 학생은 20여명...학교 곳곳이 흡연터로 변하고 기숙사로 깨끗하게 지어졌던 아담한 공간들이 한달도 되기전에 기물파손에 여기저기 담뱃재에 지저분한 냄새로 가득했다고 하니 그 어떤 문제아들로 가득한 미국의 영화들보다 더 심했을 것이란 상상이 들었다. 여학생들은 계속 기싸움을 하며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거나 패거리가 한명을 구타하기도 하는 등 매일같이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하니...게다가 말없이 사나흘은 물론이고 야한 복장 그대로 보름씩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읽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심한 문제아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난다. 끝까지 참고 기다려주는 사제와 수녀선생님들에게로 돌아와 주는 학생들...어느 정도 인성이 자리잡자 왜 공부를 제대로 안 가르쳐주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는 학생들...그들은 사회로부터 엄청난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혔는지는 몰라도 어려서부터의 집안환경, 부모에게 받은 상처들로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저자는 문제아는 없다. 다만 사춘기 시절의 학생들의 문제 행동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이 주신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천주교 마음으로 아이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끝내는 인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윽박도 질렀다가 아이들이 오히려 조용히 자신들에게 이 학교는 다를 줄 알았다고 하는 가르침에 다시 대화를 재개하기도 하고...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모습들이 보이면서 읽는 나도 안심이 되어 갔다.
첫해 졸업생과는 다르게 그 다음해부터는 본인의 의지를 중시하며 3차까지 면접을 보고 철저하게 뽑았다고 한다. 그래도 과거의 충격적인 문제행동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들어오는 학생들 때문에 다시 학교 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워낙 문제아들과 소외계층을 위해 설립한 학교인만큼 가장 심한 학생들만을 받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아닌 비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그런 학생들은 결국 정신병원이나 타락한 사회로 빠져들어 남은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만을 남기니 학교로서도 남은 학생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너무 힘든 학생들만 받는 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외국영화속에서 문제아들만 모인 클래스에서 음악이나 성적으로 크게 두각을 나타나게 되고 그 담당했던 선생님과의 뭉클한 감동적인 스토리들을 종종 보았다. 나도 그런 극적인 것들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업고등학교는 천주교만의 기다림, 참음으로 아이들을 마음속으로 이미 감동하게 하였다.. 그리고 13기의 졸업생 중에는 호주의 유명대학교에서 의대를 다니는 친구, 10년만에 60억을 번 기업가형 친구, 해군사관학교에 4등으로 입학한 여학생등 화제의 인물들도 여럿 배출되었다고 한다. 일반 고등학교보다 훨씬 적은 인원인데 이 정도면 일반 고등학교보다 더 창의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학생 개개인별로는 창의적이고 자신을 잘 표현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공부만 그저 하고 있는 지금의 일반 학생들도 사실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정신적으로는 이미 황폐해져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문제아라고 낙인 찍힌 친구들과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차라리 겉으로 티를 내어 치유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해서 이 사회에 나중에는 더 보탬이 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들로 생기있게 살아가는게 낫지 않을까...발소리가 큰 아이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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