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대를 듣다
정윤수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1967년생..나보다 6살 위다. 그런데 한창 위인 선배같고 교수님같고 칼럼니스트라 저 멀리 있는 사람 같다. 아니, 내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하다 못해 요즘 등단하는 작가들도 한참 나보다 아래이다. 어느새 내 나이대 사람들이 문화나 모든 면에서 이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구나...그런데 나는 뭐지? 아직도 17년전 대학생활에서 멈춘 것 같은데 말이다. 내 마음속의 나이는... 암튼 새삼 뉴스에서 일반시민들의 인터뷰나 작가인터뷰를 보게 되면 인터뷰이의 나이에 깜짝 놀라곤 한다. 이 책의 저자 정윤수는 그런 점에서 나에게 자괴심을 들게 한다. 이런 사람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을때 나는 뭐했나 하는...그렇지만 또 책을 들여다 보면 나의 감성과 다르지 않다. 나보다 좀 더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쓸 뿐...박찬옥감독이나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이 책에 남겨놓은 찬사들을 읽으며 나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책에 푹 빠져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클래식 시대를 듣다는 소장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나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때, 또 클래식을 듣고 싶어서 명반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너무나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면 좋은 글을 쓴 사람의 감성을 믿고 이 책에 나오는 명반들을 그냥 구입하면 될 것 같아서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음악의 악보나 음정, 그리고 단순한 클래식의 개요, 역사, 아니면 작곡가의 특별한 에피소드들에 관한 책이 아니다. 제목만 보고 그런 책을 기대하고 구입하면 낭패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배경과 다양한 문화적 이야기들, 바로크 시대의 건축이나 사회 정치적인 것까지 등장한다. 곁가지 이야기들, 정윤수 작가만의 통찰력으로 여기저기 날줄과 씨줄이 모여 짜집기된 테피스트리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은 읽어도 된다. 특히 잡학다식하다는 소리를 평소에 듣는 이들이라면 그 상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한 몫 할 책이다.

 

모짜르트의 레퀴엠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캉프라'의 레퀴엠이 소개되어 있으니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정격연주로 유명한 존 엘리엇 가드너(이 분은 나도 알고 있다.),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잉글리쉬 바로크 협주단 (존 엘리엇 가드너와 늘 함께하는..) 캉프라의 레퀴엠은 전례 의식을 고스란히 재현할 뿐 아니라 끝도 없이 "두려워 말라"고 외치는 대목에서는 정녕 거룩한 위로를 받는 느낌을 준단다.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슬픔의 성모) 명반은 보이 소프라노의 크리스치안 헨닉의 목소리를 들으면 개종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개소리까지 전해준다.

브레히트에서부터 영화 '벤허'의 갤리선까지. 그의 무궁한 지식을 쫓아가다 보면 재미나다. 어쩔때는 지극히 사변적이고 이거 알고나 있는거야? 하는 잡학다식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지식의 얇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얇은 나로선 알 수 없기에 그저 감탄하며 읽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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