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두꺼운 책에 음...여행책은 두꺼울수록 좋아...정보가 많으니까 라고 생각을 했었다. 책장을 넘겨보니 단순한 여행책이 아니다. 젊은 여성이자 방송인으로서 이미 약간은 유명해진 그녀가 젠체하지 않고 쓴 소박한 여행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의 눈에 보인 사물들이며 거리와 포커스를 맟춘 사진들이 많다. 매 장마다 거의 사진이 있어서 두꺼운 두께임에도 술술 읽혀나간다. 그리고 여행에세이에 충실하게 아름다운 글들과 생각들로 가득하다. 표지엔 왠 아리따운 여성이 등장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강한나씨..유난히 큰 눈동자는 써클 렌즈를 꼈으리라. 그리고 사진 중간중간에 나오는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속의 그녀는 이 책을 지은 사람인가 싶게 약간 이질감이 느껴진다. 하나같이 얼짱같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찍은 사진이라 나중에는 후훗하고 미소가 지어졌다. 내면은 성숙한 여인일지 몰라도 외모는 의식을 하는 젊은 여성..바로 현대인의 모습이 거의 다 이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오늘 한 예로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있어서 강남역으로 가는 전철을 탔는데 매우 높은 킬힐에 거의 다 찢어진 감각적인 옷들을 입은 화사하게 화장을 한 젊은 대학생이 털썩 내옆에 앉는다. 앉자마자 "얘! 이 앞으로 와서 앉아 심심해!" 전철에서 매우 큰 소리로 여자친구를 부르는 것이다. 순간 깜짝 놀랐다. 내가 20대 초반이었을땐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그러다 내 옆자리가 비자 이리로 와!! 하는 바람에 내가 슬쩍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 두 사람이 나란히 앉게 하려는 것은 아이었고 그저 무의식적으로 그녀들을 피하고 싶어서 옆으로 옮겼는데 바로, "감사합니당~~" 하며 낭랑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순간 약간 마음이 풀어졌다. 그런데 내 옆에 또 털썩 하고 앉은 그녀의 친구는 앉자마자 담배냄새가 났다. 그리고 대학수업에 관해 어쩌구 저쩌구 속어를 섞어가며 쓰는 것이다. 참 뭐랄까 껌을 씹으며 하는 말투로...(아 요즘 여대생들은 이런 분위기인가...) 그런데 거기서 또 반전. 다음다음 역을 물어보는 젊은할머니께 아주 대답을 잘 해주더니 교대역에서 내리시라고 알려드릴게용~ 이러는 거다. 어? 생각보다 착한 학생이네? 아 물론 쓰다보니 어울리지 않은 예인 것 같다. 암튼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은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다. 그녀는 일부러 낡은 오사카, 낡은 나라, 낡은 도쿄 이런 식으로 옛것을 간직하고 사는 일본의 도시들의 모습을 강조한다. 그리고 곳곳에서 느끼는 감성과 감상 포인트는 참 속이 영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녀가 조금만 힘을 빼고 산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얼짱 리포터라는 타이틀을 벗어나 그녀가 그녀다울 수 있는 길이 아닐까...그녀의 책은 참 마음에 든다. 여행을 하면 이렇게 해봐야 겠다 하는 향수도 불러일으키고...대만과 홍콩만 가 본 나로선 일본이라는 나라의 숨은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그녀만의 감성으로 만나게 되는 거리의 물건들, 장소들, 그리고 음식들, 도시의 느낌등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그래도 몇년을 지냈던 저자의 소개를 한번 따라가보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일본여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