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창조 - 이어령의 지성과 영성 그리고 창조성
이어령.강창래 지음 / 알마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편식했던지 이어령 교수님의 저서들은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읽어본 적이 없었다. 세월은 흘러 아이를 낳고 아이의 책을 구입해던 와중에 모 전집의 세계문화여행의 집필을 맡으신 분이 이어령님인 것을 알았다. 그 후에 알고 보니 이어령님의 저서가 정말 많았다. 맞다. 전 문화부장관으로서도 기억에 남는다. 뜨자 날자 한국인 같은 초등학생들이 읽기에 참 좋은 책들을 보고 홀딱 반했다. 어린이들에 눈에 맞게 성인이면 성인에 맞게 정말 글을 너무 잘 쓰시는 분이었다. 1933년생이시니 정말 살아있는 지성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라는 책을 읽고는 이분의 삶을 또한 현재의 삶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강창래씨가 인터뷰했다는 이 책 '유쾌한 창조'에 눈길이 머물렀다. 이어령 교수님을 귀여운 어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남자 강창래. 이 책은 이어령님을 인터뷰이로 강창래씨가 인터뷰어로 활약한 책이지만 머리말에 밝힌대로 이어령님의 목소리가 많이 담긴 책이다. 공저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았던 이어령님을 여섯번만 만나면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단다. 열번을 만나고 7개월동안 글을 다듬고 다음은 다음에야 이 책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믿을 수 있다. 강창래씨도 글을 아주 잘 쓰는 양반인데다 이토록 열심히 교정하고 스스로 교열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어령님에 대한 인터뷰 책은 시중에 이미 나와있지만 이 책이 가장 진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어령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만큼 반가운 책은 없으리라..

 

1장에서는 이어령 교수님의 귀여운 면까지 파악한 귀여운 어령이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나는 이어령님의 강연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을 잘 하시고 수사학적이고 현란한 말솜씨를 가지고 계신지 몰랐다. 박완서님이나 김화영님이 이어령님을 만나고 쓴 글을 보면 그와 함께 있으면 심심한 줄 모를 정도로 듣고만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루하고 자기자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신기하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자랑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귀여움으로 승화된 무엇이 있나보다...귀여움이라고 분명 쓰셨다. 김화영씨가 쓴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이어령님은 치킨게임같다고 한다. 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는 그 침묵이 견딜 수 없어 결국 먼저 말을 꺼내게 된다는 것이라는 고백은 정말 귀엽다. 나 역시 그런 과이기 때문에 정말 동감했다. 그 어색함이 싫어 먼저 말을 하지만 그나마도 요즘은 나도 귀찮아져서 말을 먼저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이어령님은 언제나 얼마나 친절한 분인가. 그와 사적으로 만나 듣게 되는 이야기는 보석과도 같을 것 같다.

 

이처럼 강창래씨는 이 책에서 이어령씨라거나 님이라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쭉 그 문체를 지키기 위해서 1장에서 이런 점을 밝힌 것인데 덕분에 이어령님에 대한 사적인 삶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4장까지 읽는 내내 강창래씨의 인터뷰 솜씨와 이어령이라는 인물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벌써 일흔 일곱이시라니.. 이런 석학이 살아계시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꼭 오래도록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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