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못다 부른 노래 - DIGITAL ARTIST 고병철의 시화집
고병철 지음 / 고요아침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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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같은데 액자속 그림이고 그림인 것 같은데 움직인다. 벽에 걸린 디지털화는 터치하는 대로 아니면 스스로 화면을 바꾼다.
이런 액자가 집에 걸려 있다면 참 좋겠다.. 고병철님은 디지털화가이자 1972년 유화개인전을 열 정도의 실력있는 화가다.
시와 그림이 있는 시화집인 셈인 이 책은 디지털그림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우포늪의 그림부터 엄마를, 혹은 여자를 그린 그림, 나비, 나룻배, 숨어 피는 꽃 등 헤아릴 수 없이 멋진 작품들이 많이 실려있다.
 
처음 책을 펴 들었을 때는 한자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한글음이 옆에 다 표기되어 있으므로 어느새 눈에 익숙해 진다. 그리고 시들은...정말 좋았다.
현대인에게 조금은 천천히 생각할 수 있도록 한걸음 천천히 거닐라고 하는 것 같다.
내 나이 이제 서른 후반에 이르러서야 여유 있게 시를 읽을 수가 있었다.
사실 시는 내게 있어서 지루함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먼저 삶을 살아오신 인생선배님의 여러가지 시를 읽고 있자니
마음 한 쪽이 아련해지기도 하고 편해지기도 하는게 아닌가. 나도 이제 시를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1963년도의 젊은 시절 가족들의 말에 돌아서다가 어느 아가에게 고갯짓을 한번 하였더니 생그레~ 아기가 웃었다는 시
(그래서 저자는 그 당시에 마음이 싸악 풀렸을 것 같다..) 는 지금 읽어도 참 좋았다.
2002년도 혹은 2006년도의 시들은 같은 해에 쓴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편하다.
인생을 달관한 분이 쓴 시 같달까...그래서 마음이 편해진다.
 
'구원의 빛'이라는 그림은 가운데 한 줄기 촛불 같은 작은 불꽃이 있고
가운데 십자가 형상을 중심으로 물방을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그림인데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더 멋진 그림도 많은데 왜 이 그림에 더 마음을 빼앗겼을까...
내가 기독교인이라 그랬는지 과장되게 감동을 강요하지 않아도 그분의 빛은 이렇게 아지랭이처럼 퍼지는 것이리라..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날 오후 - 가을빛의 갈대밭이 정말 아름답다. 그 그림 옆에는 '가을날 오후'라는 시도 적혀 있다.
 
대기는 유리알처럼 차갑고/ 태양은 대지의 처음처럼 눈부시다.
 
나이 먹은 미루나무 한 그루가/ 잎이 떠나버린 가지 사이로/ 식어버린 심장처럼, 깊이 품었던 까치둥지를 드러내 보이고/
얼기설기 흩어진 나뭇가지가/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그네는 저만치서 보일 듯 말 듯/ 정오의 막바지 언덕을 오르고/ 꿈을 꾸던 사람은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세상은 변함없이 고요하고 / 인생은 쉼 없이 쓸쓸하다.  (2004.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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