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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정말 재미있고 스펙타클하다. 게다가 섬세한 문체와 대화들이 있다. 마크 레비의 소설 낮을 읽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어딘지 인디아나 존스의 고고학 모험에 뛰어드는 것 같고 또한 인류의 비밀과 우주의 비밀에 관한 책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만 혹시나하는 염려는 필요없는 소설이다. 실망감를 주지 않을 모자라지 않은 충만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아프리카의 동쪽 끝자락에서 발굴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여성고고학자 '키이라'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인류의 근원이 어디서부터인지 밝혀내려는 그녀의 노력과 끈기는 현지에서도 인정받고 있어서 부족장까지 아낌없이 도와줄 정도로 현지인들과의 유대감도 깊다. 어느 날 부모를 병으로 잃은 고아아이를 만난다. 자꾸 눈에 밟히던 아이의 얼굴 때문에 밤마다 먹을 음식과 물을 놓아두면 자꾸만 없어지는 음식들..
어느 날 밤에는 정식으로 테이블까지 차려놓고 아이를 기다린 키이라와 그날 대면한 아이는 이내 친구가 되었다. '아리'라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아리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먹을 것을 주던 몇 달 이후 아리는 어느새 발굴캠프에 들어와 살게 되는 팀원이나 마찬가지인 아이가 되었다. 그 아이가 목에 걸고 있던 신비한 흑단같은 돌목걸이를 키이라에게 선물하는데 기이한 돌의 정체는 신비롭기만 하다.
런던의 고어 코트에 위치한 런던 대학 천체학과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태양계 외의 별을 찾아내기 위해서 지구의 어느 곳이라도 달려가는 '아드리안'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진짜 주인공이자 화자이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그 높은 고산지대에서 별에 대해 관측하고 연구하던 중에 고산병을 얻어서 기절하게 되고 급히 본국인 영국으로 보내진 아드리안은 대학의 행정실장인 월터를 만나게 된다.
짠돌이 월터를 만나고 런던의 펍에서 그를 비웃고 다투는 장면들은 아주 섬세했다. 그런 월터와 나중에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다니.. 세상을 살다 보면 나와 전혀 다른 타입의 사람과도 절친이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것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일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그와 세계를 돌아다닐 정도로 친해지다니..나중에는 아프리카로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도 월터를 꼭 데리고 가려고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의 그녀란 역시 키이라..
어느 날 런던에서 키이라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게 된 아드리안은 그녀가 놓고 간 검은 돌의 목걸이를 간직하게 된다. 아리와 아프리카에서 큰 태풍을 맞아 헤어지게 된 키이라는 상심하고 아리를 계속 찾지만 아이를 찾지 못하고 이런 와중에 아드리안을 만났던 것이다. 과연 이 목걸이의 비밀은 무엇일까.. 인류 최초의 기원과 별의 탄생을 우리는 알 수 있게 될까? 4억년전의 지구에서 일어났던 일은 과연 무엇일까..
이 둘 사이에 이보리 교수라는 사람이 계속 등장하고 어떤 클럽이 이들의 비밀을 같이 공유하려고 시시때때로 노리고 있다. 정말 세계 곳곳을 누비며 비밀을 찾아다니는 장면들은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고 인디아나 존스와도 같은 스릴을 선사해 줄 것이다.
두 권이지만 정말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아쉬운 끝이 기다리고 있다. 2부도 또 나와주면 안될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책의 끝부분에 이르러 누가 죽게 되는지는 스포일러가 될까봐 알려줄 수는 없지만, 여운이 남아서 꼭 2부도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