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네 살구나무 -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조와 현대 동시조 모음집
김용희 엮음, 장민정 그림 / 리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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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젬의 분이네 살구나무는 참 좋은 책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조와 현대 동시조 모음집이라는 문구가 아니더라도 정말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시조 모음집이다. 우리가 언제 또 이런 동시, 동시조를 읽어보겠나 싶다. 단아한 책표지가 어울리는 책 분이네 살구나무..

 

동시조란 그냥 시로 불러도 되지만 우리 전통 가락으로 지은 시를 말하는데 동시조는 시조라는 정형의 틀안에 천진무구한 동심을 담은 정형동시라고 한다. '분이네 살구나무'는 명작 시 64편을 엄선하여 묶은 대표 동시조 선집이라고 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근현대 동시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1992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동시조 동인회 <쪽배>가 창단되었는데 '쪽배' 동인지를 내면서 분이네 살구나무에서는 1992년 쪽배동인회 결성을 기준으로 쪽배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작품을 수록했다.

 

쪽배라는 동인회의 결성은 큰 전기를 맞이한 사건이다. 동시조를 동시문학의 본격 장르로 인식하여 아동들이 지은 시라는 편견에서 탈피하여 시를 쓰던 시인들이 참여하여 수준 높은 동시조를 더욱 창작하고 예전의 동시조들을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김용희님이 엮고 장민정씨가 그린 이 책 '분이네 살구나무'는 그래서 중요한 책이다.

 

우리 4학년 딸아이가 어려서부터 동시를 좋아하고 시를 짓는 것을 곧잘 즐긴다. 조용해서 가보면 시를 짓고 그림까지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잠을 잘 때는 클래식을 틀어달라고 할 정도로 감성적인 면이 발달한 아이다. 이번에 이 책을 보여주니 참으로 좋아한다. 짧은 동시조가 이렇게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구나 놀랜 눈치다.

 

한장한장에 시와 맞는 삽화가 정성스럽게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이 즐기기에도 좋지만 어른들이 편안하게 감상하기에도 너무나 좋다. 커피 한잔을 들고 이 동시조를 읽어가면서 정말 아련한 옛 어린시절도 떠오르고 그랬다..

김몽선(1940~) 님의 운동회를 읽으면서 더 그랬다. 들뜬 마음/푸른 하늘// 만국기로/걸어놓고// 힘찬 응원/등에 업고// 바람 갈라/내달으면// 결승선/아득한 흰 줄// 내 가슴에/와 안긴다.

 

가람 이병기(1891~1968)님의 작품도 실려 있다. 가을이란 시조이다.

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일어나네.

벼이삭 수수이삭

오슬오슬 속삭이고

밭머리 해 그림자도

바쁜 듯이 가누나.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 두고

젖 먹던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  농사일이 바쁜 가을에도 자신의 어린 자식을 더 안고 싶은 어머니의 사랑이 뭉클하게 느껴지는 시이다. 너무 아름답다..

 

이은상(1903~1982)님의 시조도 있다.

나도 같이 시를 쓴다

 

아득한 바다 위에

갈매기 두엇 날아 돈다.

 

너훌너훌 시를 쓴다.

모르는 나라 글자다.

 

널따란 하늘 복판에

나도 같이 시를 쓴다. 

- 요즘같은 한글 파괴의 시대에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을 읽고 있자니 더 많은 학생과 성인들이 이런 동시조를 많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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