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 굿바이 쇼핑은 이제 내겐 특별한 책이 되었다. 좋은 책은 많고 대부분은 혹평보다는 장점을 취하려고 하는 나의 성격때문에 모난 책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더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책이 있는데 바로 굿바이 쇼핑이 그렇다. 12월의 중순쯤의 어느날, 저자인 주디스는 미국인으로서 추수감사절 주간인 11월부터 12월 크리스마스 그리고 신년까지 이어지는 쇼핑의 계절속에서 여타의 평범한 회사원이자 미국인들처럼 두 손 가득 쇼핑을 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인도에서 웅덩이를 만났고 발을 헛디뎌 쇼핑백을 놓치고 마는데. 종이백은 순식간에 젖어버렸고 다른 쇼핑백마저 우르르.. 그것들을 집으려 몸을 구부리는 사이 지나가는 행인들은 어깨를 쇼핑백으로 치고 지나가고.. 물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주인공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갑자기 쇼핑을 한 종이백에 담긴 것들을 보며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게 된다.

 

2004년 1월 1일 드디어 결전의 날은 돌아왔고. 13년간 동반자로서 동거해온 남자친구 폴과 함께 일년 동안 꼭 필요한 생필품 외에는 쇼핑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이 책은 바로 그 일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기록해온 그 결과물이자 주디스 러바인의 역작이 된 셈이다. 그녀는 원래 학창시절인 십대중반부터 보헤미안적인 옷차림새와 히피적인 기질이 있는 약간 반항적인 소녀였다. 그 후 성인이 되어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25년동안 개인적인 삶에서 드러나는 역사, 문화같은 것들을 탐구하는 글쓰기를 해왔는데 이 책도 그같은 태도에서 비롯된 책이다.

 

그래서 쇼핑을 하지 않은 일년 동안의 일들이 가벼운 소설같은 이야기처럼 다가올 줄 알았는데 그녀만의 성찰력으로 꽤나 상식적으로도 읽을거리가 많은 진지한 책이 되었다. 미국인들의 문화와 서구인들의 예전부터의 삶과 문화등을 엿볼 수 있게 되었고 간접적인 경험이 충만한 책읽기가 되어서 읽는 내내 나도 작가처럼 결심을 자꾸만 하게 되는, 이 책을 다 읽고 덮자마자 나도 한번 이렇게 살아보리라 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용솟음쳤다고나 할까.

 

나 역시도 쇼핑을 하면 할수록 인터넷을 뒤져가며 더 있어보이는 내게 어울릴 것 같은 물건들을 찾느라 기진맥진해져가고 있는 터였다. 그렇게 한번식 쇼핑의 광풍이 불고 나면 다시 자제하는 패턴으로 돌고 도는데 내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것, 남편것, 그리고 옷이 끝나면 신발, 가방 이런식으로 아이템별로 또 한번씩 돌게 되니 정말 회의가 들고 있었다. 어짜피 걸치는 것.. 내가 연예인이나 모델이 아닌 다음에야 뭐 깔끔하게만 입으면 되지, 내가 패션의 패자도 모르는데..이렇게 자꾸만 나중에 따라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하는 생각들, 이런 인터넷 페이지들을 클릭하고 또 클릭해서 들어가는 시간들을 줄여보고 싶다는 생각...뭐 그런 찰라에 이 책을 만난 것이니 이것도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디스의 진지한 성찰 말고도 점점 짠순이가 되어 공짜 관람, 공짜를 얻어 쓰게 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쾌감까지 느꼈다. 그들이 그렇게해서 절약한 돈은 2003년에 비해 80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해도 큰 돈이다. 하지만 또 어찌 보면 큰돈이 아닐수도 있고.. 그들은 정말 전년에 비해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거의 하지 못하는 수도승과도 같은 생활을 해왔는데 그것에 비하면 어찌 보면 큰 돈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폴과 주디스는 지난 13년동안의 어느 해보다 더 행복했었다고 한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거리로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에 참여하고...그들은 쇼핑족에서 비쇼핑족이 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시민이 되었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우리가 매일같이 살면서 잊고 사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면서 살고 있는지..회의가 드는 사람이라면 굿바이 쇼핑을 읽으면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앞으로의 긴 인생을 제대로 바라보고 살려면 한번쯤 이렇게 정리하고 생각해 볼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반기라도 나도 한번 옷장안에 있는 옷과 신발과 가방과 충동구매를 하기 전에 적어도 삼일은 생각해 보고 세 번 숙고하는 그런 생활을 해보고 싶다. 아니 정말로 그렇게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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