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한자가 보이네! - 아빠 편지에 숨은 신기한 한자를 찾아라!
서동윤 지음 / 살림어린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정말 놀라운 책이었다. 단순히 생활속에서 한자를 알게 해 주는 책인 줄 알고 덥썩 집었으나 책을 읽어나갈수록 곰곰이 씹어 읽을수록 생쌀처럼 단맛이 나는 맛있는 책이었다. 4학년 딸에게 주려고 했던 책은 내 차지가 되어 매일매일 사진을 들여다보고 짧은 사진에 담긴 에세이를 읽어나갔다. 일단 지은이부터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지은이 서동윤씨는 광고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이미 이 책의 전신인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의 저자였던 것이다. 개구쟁이 두 아들의 개구쟁이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개구진 모습들도 이 책에서 어떤 사물들의 사진으로 맘껏 보여진다.

 

서동윤씨의 머리말에 적힌 '마중물'이란 단어가 생소했는데 읽자마다 옛날 어릴적 기억이 떠오르며 행복해졌다. 아마 지금 아이들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어린 시절 방학때마다 시골의 외가에 가면 마당에 펌프가 있었다. 낡은 쇠펌프, 녹이 슬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마중물을 부어 펌프질을 잘하면 정말 얼음처럼 시원한 물이 올라왔다. 그 물을 마시면 녹맛도 살짝 날때도 있었지만 사이다보다 짜릿한 지하수 맛이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저 옆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보았을 뿐인데도 내가 겪었던 것처럼 생생하니 말이다. 적은 물의 '마중물'이 큰물을 끌어온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몰랐는데 이 책 머리말을 통해서 알게 되어서 뿌듯했다.

 

아빠생각 1,2,3,4 에 걸쳐 매 페이지마다 아빠가 직접 찍은 광고사진 같은 멋진 사진들이 한장씩 들어 있고 옆에는 加습기, 사角형, 感동. 불청客 같은 한자어를 제목으로 삼아 짧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멋진 편지들로 구성된 사진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그 감성이 아이들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개구진 사진들과 먹음직한 사진들 그리고 재미있는 사진들로 가득해서 아이들도 아빠와 엄마와 함께 읽으면 참 좋은 책이다.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할까..여기선 그 짧은 편지를 하나만 소개해 볼까..정말 고르려고 하니 하나같이 아름다운 내용이어서 고르기가 힘들어 에잇 아무거나 골랐다.

 

인耐(견딜 )심  

 

컵라면에 물을 붓고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3분이라는 시간은 참 길어.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1분밖에 지나질 않았지.

그런데 배가 고프다고 일찍 뚜껑을 열어 버리면

덜 익은 라면을 먹어야 해.

가장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적당한 때가 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거야.

맛있는 라면을 먹을 것이냐, 덜 익은 라면을 먹을 것이냐는

너에게 달려 있어.

별것 아닌 컵라면에도 인내심의 철학이 숨어 있단다.

 

(사진설명: 초봄에 피는 목련의 꽃망울 사진- 한겨울에도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지면 성급히 꽃망울을 만듭니다.

그러다 다시 추워지면 꽃망울 채로 봄을 기다리지요. 때를 기다리는 목련의 꽃망울을 보면서 인내심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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