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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이쿠, 눈물 때문에 책을 제대로 못 읽다니..아주 오래전에나 그랬던 것 같다. 뭘 읽으려면 눈물이 줄줄 콧물도 줄줄 그러니 한두 페이지 읽는데 휴지로 눈물 콧물 닦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아이를 낳아본 여자들이라면 아주 각자의 엄마 생각에 더 목메어 할 것이다.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5년전에 이미 드라마화했던 극본이었다. 드라마를 보지 못했던지라 지금이라도 보고 싶은데 어디서 앙코르 방송이라도 하지 않나? 빨리 해줬음 좋겠다.
그 당시 엄마 인희로 출연했던 나문희씨는 깊게 몰입해 연기했던 드라마였고 이 작품을 찍고 열흘을 울었다. 라고 고백한다. 직접 출연해 이 가슴 아픈 사람을 연기하기까지 했으니 오죽할까. 노희경 작가의 어머니는 50세가 넘자마자 급속히 노화하기 시작해 집안 내력이 60세를 넘기기 힘들었다고 한다. 암으로 57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는데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사랑이 작화된 것이 바로 이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다. 그런 노희경작가의 개인사적 머리말부터 읽고 들어가니 더 슬펐던 것 같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울면서 읽은 책은 정말 처음이다. 그만큼 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리라. 아마 2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조금 슬픈 소설이구나 할 뿐, 절절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다. 어머니가 살아 계셔도 마치 돌아가신다는 생각이 들어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이 소설의 엄마, 김인희씨는 의사인 남편을 두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연수라는 예쁜 딸이 있고 삼수중인 예민한 아들 정수를 둔 평범한 주부의 모습인 것 같다. 하지만 근덕이라는 노름꾼 말썽쟁이 남동생까지 두었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악다구니가 하루가 다르게 심해진다는 상황은 확실히 보통의 주부와는 다를 것이다. 의사 남편을 두었으니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도 될 것 같은데 열심히 봉양하고 있는, 심성이 하늘같은 여인이다. 이런 인희에게 갑자기 암이라는 그것도 치료할 수 없을 정도의 말기암이 찾아오게 된다.
아픈 여인에게 사정도 모르고 날마다 진저리치게 진상짓을 벌이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는 노희경작가가 치매 걸린 사람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세밀한 묘사에 어휴..나도 혹시 저렇게 늙으면 아니 우리 엄마가 저러시면 어쩌나...겁이 날 지경이었다. 치매에 걸리기 전에도 의사 초년 시절 쥐꼬리만한 월급을 다 쥐고서 며느리에게 조금씩 장 볼 돈만 주었다는 그런 홀시어머니의 외아들로 꽈악 쥐어 살았던 결혼생활이었다. 겨우 살만하니 이렇게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는 질리지도 않는지 사고를 친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술을 마신 남편 인철은 어머니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주정을 한다. 그리고 마누라를 쳐다보며 이 등신 같은 여편네야 죽을 지도 모르고 이렇게 살았어 하면서 혼자만 알려던 비밀을 슬쩍 말해버리지만 눈치를 채지 못한 아내..
연수는 엄마의 암을 일찌기 알게 되었지만 정수는 나중에야 알게 되고 엄마께 제대로 한 번 효자 노릇도 못하고 말썽만 피웠다며 소울음을 꺼이꺼이 내뱉는 장면에서 나도 같이 울고 나중에 자신의 깊은 병을 알게 된 인희가 시어머니와 함께 죽자고 남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지 말자고 하는 장면에서 또 같이 엉엉 울고...하이고 정말 정신차릴 수 없게 울었다.. 가슴에 맺힌 것이 있어 실컷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눈물의 정화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주저없이 추천하고 싶다. 우리 모두의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소설...나도 친정엄마께 안부전화를 바로 드리게끔 한 소설이다. 신파라면 신파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던 가슴 깊이 올라오는 울음이 터져나왔던 그 힘...노희경작가는 역시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