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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학교를 부탁해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
아구스틴 페르난데스 파스 지음, 유혜경 옮김, 강은옥 그림 / 책속물고기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속물고기의 곰곰어린이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 접했던 <얘들아, 학교를 부탁해!> 는 기발한 상상력이 가지고 오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어른인 나까지도 흐뭇하게 읽어내려가게 했던 아동문학이다. 에데베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지은이인 아구스틴 페르난데스 파스 선생님의 얼굴이 책날개에 박혀 있었다. 1947년생으로 이제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인 저자가 이런 책을 썼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이분은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을 여러권 써낸 진정한 아동작가라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도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던지 가끔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말을 해서 부모의 마음을 철렁내려앉게 한다. 다행히 그런 일들은 금방 해결이 되었는지 다시금 밝은 얼굴로 잘 다니기는 하지만, 하긴 나도 그 나이때에는 무지하게 학교에 가기 싫었던 날들도 있지 않았던가! 이 책의 주인공인 마르타 역시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여학생이다. 요즘은 그래도 학교에 가는 낙이 생겼는데 말과 생각이 잘 통하는 친구 다니엘과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안나 선생님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큰비가 매일같이 내리는 통에 큰 홍수가 날 것 같다. 산꼭대기에 있는 학교도 떠내려갈 것 같은 불길한 상상이 든다. 어느 날, 학교가 배처럼 떠내려갈 것 같다는 상상을 하고 조금 있다가 정말로 학교가 배처럼 떠내려 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는 일대 혼란에 빠지고 방송국 헬기가 날아올 정도로 큰 재난이 되었다. 걱정을 하고 있을 부모님들을 뒤로 하고 유유히 강을 따라 흘러가는 학교. 그들의 운명은?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학업만을 우선시할 정도로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한 수업에는 관심이 없다. 마치 로알드 달의 <마틸다> 에 나오는 그 무서운 트런치 불 교장선생님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소개되고 있다. 아마도 작가가 마틸다를 읽고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진도를 제대로 못 나가는 안나선생님을 크게 다그칠 정도로 학교에서 독선적이다. 그런 교장을 아이들도 다들 싫어할 수 밖에..
학교는 점점 아이들의 원성에 휩싸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이내 아이들은 이 학교를 배로 명명하고 배를 운전하는 역할을 뽑아서 할 정도로 뱃놀이에 푹 빠지게 된다. 어짜피 이렇게 된 이상, 캠핑 온 것처럼 지내자는 안나선생님의 의견에 선생님들도 동참하고...더 이상 교장선생님 혼자만 고집을 피울 수 없어서 교장선생님의 말들은 거의 묵살된다. 드디어 아이들은 일종의 자유와 일탈을 경험하게 된다. 옆반의 고지식한 다미안 선생님까지도 나중에는 유명했던 키드 선장(나중에 해적이 된)과 해적으로 분장한 반 아이들과 함께 자유롭게 활보하는 일까지 생긴다.
점점 유쾌해 지는 스토리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딸도 아주 재미있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볼 생각이라고 한다. 6학년만 되어도 아마 시시해 할지 모른다 요즘 아이들은 금방 어른이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아이들보다 여전히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고학년도 많을 것이다. 상상력을 맘껏 키우고 발휘하기 딱 좋은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아동소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