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달 뿌브아르 청소년 문학선
메리 애리건 지음, 정미영 옮김, 김정혜 그림 / 뿌브아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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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니 차츰 청소년문학, 고학년책등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 책은 뿌브아르의 청소년걸작선으로 메리 애리건이라는 영국의 아주 유명한 작가의 책이라고 책날개에 적혀 있었습니다. 믿을만한 창작이구나..하고 딸보다 앞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어나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만감이 교차합니다. 치매라는 병은 개인의 병일 뿐 아니라 가족의 병이기도 합니다. 간병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책을 읽고서야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아버지가 젊은 날 그토록 총명했음에도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렸는데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이 소설에 나오는 할머니의 치매에 걸린 묘사는 정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꾸 자신의 손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린 시절의 아들로 알아보고 또 정신이 들어오면, "아이구..내가 또 정신이 나갔었나 보구나..크리스야" 하면서 또 자신의 손자를 알아봅니다. 두려웠습니다. 나도 이런 병에 걸린다면...

 

영국의 중산층인 크리스의 아버지와 새엄마 그리고 똑똑한 배다른 누나의 존재에 크리스는 어째 자신만 동떨어진 것 같고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엇나가기만 합니다. 할머니만 오직 그의 마음을 다독여 주었지요. 그런 할머니와의 대화와 할머니의 음식은 그에겐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그랬던 할머니가 어느날부턴가 단어를 잘 말하지 못하고 자주 가시던 길도 찾지 못해서 버스를 놓치는 일들이 생깁니다. 자신의 비밀로만 알고 있으려 했지만 동네가 좁은지라 할머니의 이런 행동들은 아버지의 귀에도 들어가고 맞벌이로 늦게나 오는 엄마와 아빠는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려 합니다. 크리스는 크게 반발하지요.. 어떻게 할머니를 그렇게 버릴 수 있느냐고요..

 

하지만 엄마나 아빠도 어쩔 수 없었지요. 직장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그리고 방치하게 되면 할머니는 길에서 헤매실수도 있으니까요. 이해를 하면서도 어쩐지 나도 모르게 나도 섭섭해 집니다..

 

크리스는 할머니의 요양원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가려고 합니다. 할머니는 점점 더 크리스를 자신의 아들인 어린 시절의 '피터'로 잘못 알아보고 '초콜릿 달'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을 자주 하게 됩니다. 크리스는 할머니에게 있어서 '초콜릿 달'이 무엇인지 그것이 아버지인 피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할머니를 모시고서 할머니와 아버지의 어릴적 고향인 아일랜드로 날아가서 우여곡절끝에 고향집에 도착하게 됩니다.

 

초콜릿 달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아버지와 할머니의 지난 시절을 알게 된 크리스는 아버지인 피터에게 연락을 합니다. 추운 빈집에서 떨고 계시는 할머니를 데려가 달라고 말입니다. 한걸음에 달려 온 아버지는 아무말도 없이 크리스와 할머니를 태우고 갑니다. 그리고 맛있는 '피시 앤 칩스'를 먹으로 가자고 합니다...이렇게 가족의 뭉클한 말없는 화해를 보면서 정말 엄청난 감동을 느꼈습니다. 딸아이도 뒤늦게 읽고는 엄마...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요. 엄마는 치매에 안 걸리실 거지요? 하는 것입니다.. 그건 나도 알 수가 없구나 얘야...안 걸리도록 책도 많이 읽고 체스도 두고 해야 겠다..하고 말해주었지요...이젠 몸보다 정신이 더 커가는 딸에게 많은 생각과 감동을 안겨준 책이라 생각이 되어 너무나 흐뭇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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